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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의 비열한 선택

  • 기사 입력 : 2024-07-05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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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단계판매업계에 까지 저열한 정치가 영향을 미치게 됐다. 후원수당에 따른 소득세가 1,000원 미만일 때도 세금을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공적개발원조를 1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이 황당무계한 소식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괴감을 느낄 뿐이다. 세금을 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1,000원을 내든 2,000원을 내든, 심지어 1만 원이라고 해도 별로 아쉬울 것도 없고 아까울 것도 없는 액수이기는 하다. 또 정말로 나라 살림이 어렵고 세수가 줄어들었다면 그보다 더한 정책도 기꺼이 감수하는 게 대한민국 사람들의 정서가 아닌가.

1997년 발생한 IMF 국제통화기금의 가혹한 조처에 맞서 애지중지 모셔놓았던 금붙이를 팔아가면서까지 이 나라를 정상화시켜 놓은 장본인들이 바로 이 나라의 민초들이다. 그렇지만 실익이라고는 거의 없는 해외의 각 나라에 뭉칫돈을 퍼주고 그것을 메우기 위해 서민들의 지갑을 탐하는 짓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가 없다.

여타의 자영업자와는 달리 다단계판매원은 소득을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최고 48%에 달하는 소득세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으며, 소득 대비 비용 지출이 어느 업종보다 많이 소모되지만 공제 혜택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다단계판매원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은 약 9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90억 원이라는 금액은 전체 국가 세수가 400조 5,000억 원(2023년 기준) 수준인 것을 감안한다며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세금 중 1,380여억 원을 외국에 퍼주면서 펑크 난 부분을 벼룩의 간을 떼어내 메우려고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국민 상식으로는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모든 국민에게는 납세의 의무가 있고 이 세금을 통해 국가가 운영된다는 것은 초등학생조차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또한 국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마련된 국가 예산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다. 세금을 함부로 써 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함부로 거둬서는 안 되는 게 세금이기도 하다.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말이 있다. 가혹하게 세금을 거둬들이는 관리를 일컫는 말이다. 이 가혹한 세금에 반발해 일어난 것이 바로 동학혁명이다. 세금이야말로 백성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일 중의 하나다. 국민에게 부과된 것이 납세의 의무라면 의무의 반대편에서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관리 즉, 공무원의 책임이다. 책임과 의무에 대해 기꺼이 수긍하고 수행할 때 온전한 복지국가로 이행할 수 있고, 또 선진국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 

대한민국은 국민소득만으로 본다면 이미 오래전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랬던 것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뒷걸음질 치고 있다. 후진국으로 완전히 전락하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로부터 무시당하고 있고, 무시당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구도 요구하지 않은 외국의 빚을 자발적으로 탕감한다든가, 공적원조를 제안하는 등 터무니없는 일들을 자행하는 것이다. 

앞서도 지적한 것처럼 소액의 수당을 받는 다단계판매원 또는 소비자들로부터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은 기껏해야 90억 원 안팎에 불과하다. 이 돈을 거둬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하고, 복지의 확충에 사용한다면 누구든지 기꺼이 납세의 의무를 다할 것이다. 그렇지만 가타부타 이유도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징세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는 오히려 불법적인 기업과 조직을 더욱 활성화하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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