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징역 25년과 맞바꾼 브이글로벌
브이글로벌을 실질적으로 운영해온 이 모 씨에게 수원고등법원은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징역 25년은 1심 22년보다 3년 더 늘어난 것으로 상급법원이 오히려 브이글로벌의 범죄를 더 중대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25년 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갓 30세를 넘긴 이 씨가 형량을 다 채우고 출소한다면 50대 중반을 훌쩍 넘어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될 것이다.
브이글로벌 광풍과 그에 이은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면서 과연 돈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꽃다운 청춘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어쩌면 그 시간 동안 그의 부모는 출소를 기다리지 못하고 이 세상과 작별할 수도 있고, 그의 형제들과 친구들 또한 눈에서 멀어진 세월처럼 마음속에서도 그를 잊을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그의 가족들은 그가 저지른 범죄로 인해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친구로부터 친지로부터 하물며 가족으로부터도 외면당하고 버려진다는 것은 슬프고 참담한 일이지만, 집안의 골칫거리가 사회로부터 격리당해 사라진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개운한 일이면서 다행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사수신 범죄자의 말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테헤란로에는 제2의 브이글로벌을 꿈꾸며 코인을 매개로 한 유사수신 행위를 자행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즐비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제4차산업혁명이니 블록체인이니, 메타버스니 하는 가장 앞선 IT산업의 흥행대열에 노인들만 즐비하다는 것이다. 코인 맛을 본 젊은 범죄자들이 노인들을 선호하는 것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고소할 정신적 육체적 능력이 미약하고, 이 노인들 대부분은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식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의 앞일은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브이글로벌의 대표 이 씨 역시 자신의 청춘이 고스란히 감방에서 썩게 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사수신 범죄의 재판장에 가보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들어와 재판을 받던 여성이 법정구속이 떨어지자 그 자리에서 실신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자신이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도 모른 채로 짧지 않은 세월을 감방에서 보내게 되는 것이다.
범죄자는 감옥에 갇힘으로써 동병상련의 심경을 토로할 수 많은 동료들을 만나 위안을 얻을지도 모르지만, 범죄자의 가족은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웃들이 수군대는 세월을 견뎌야 할 것이다.
유사수신 범죄가 악질적인 것은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 즉 범죄자들 또한 대규모로 발생한다는 것도 유사수신 범죄가 반드시 척결돼야 하고, 반드시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려야 하는 이유다. 브이글로벌과 같은 유사수신 범죄는 번 돈뿐만 아니라 생돈까지 법정 비용이라는 이름으로 탕진하게 되고, 돈을 못 번 사람은 원금 되찾기를 기다리다가 세월을 다 보낸다는 말이 있다.
코인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그야 말로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들어가는 일보다 더 어렵고 더 드문 일이다. 30대 초반의 젊은 대표에게 25년이라는 중형이 떨어졌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것이 바로 죗값이라는 것이다. 유사수신을 동경하는 모든 잠재적 범죄자에게 경종을 울리는 판결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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