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업체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지자체마다 해석 달라…불법 업체 ‘신분 세탁소’ 우려도
사전영업 등의 사유로 공제조합 가입이 불발된 일부 업체들이 은행과 채무지급보증계약을 통해 다단계판매업체로 등록하면서 은행이 불법 업체의 ‘신분 세탁소’가 되는 것 아니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세 업체가 연달아 부산시에 등록한 뒤로도 은행과 채무지급보증계약을 통한 방법이 보편화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일부 있었으나, 지난 10월 26일 더우리샵이 우리은행과 계약을 맺고 경기도에 등록하면서 다른 지자체로의 등록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
실제로 몇몇 기업들이 현재 은행과의 채무지급보증계약을 통해 다단계판매 등록을 추진하고 있으며, 부산시, 경기도 외의 지역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은행을 통해 등록한 업체들의 사례가 외국계 기업 본사에까지 전파되면서, ‘공제조합’이라는 정형화됐던 한국 진출 방법이 은행과 공제조합으로 양분화됐다는 게 외국계 기업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모 외국계 기업 지사장은 “은행을 통해 등록한 업체들이 연달아 나오면서 가뜩이나 한국의 공제조합 제도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던 본사 임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며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사전영업을 한 뒤 시장성이 없으면 안 하고, 잘 되면 은행을 통해서 라이선스를 받겠다’는 이야기도 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앞으로 한국에 진출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자본력이 되는 국내 기업 역시 공제조합보다 은행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온갖 법을 다 지켜가면서 손해 본 기업들만 벙찌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은행과 채무지급보증계약을 맺은 업체의 가장 큰 문제는 은행으로부터 계약갱신이 거절됐을 경우다. 임직원, 사업자 등이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될 수 있고, 해당 기업과 연계된 제조사, 물류업체 등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공제조합을 고려하다 공제조합을 택한 모 신규업체의 대표는 “은행과 채무지급보증계약을 맺은 업체들의 사례가 계속 나오면서 이 방법을 고려해봤지만, 계약갱신이 안 되면 하루아침에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은행의 경우 지점과 계약을 하더라도 보증금액이 일정액을 넘어서면 지점 전결 사항이 아니라 본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매출액이 늘어날수록 불안 요소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권 업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떤 지자체는 은행권 업체를 받아주고, 어떤 지자체는 안 받아주는 건 은행권 업체에 대한 법적 근거는 있으나 세부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미”라면서 “공정위에서 은행권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든지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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