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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꾸준하지 않으면 그대로 멈춘다

  • 전재범 기자
  • 기사 입력 : 2024-04-0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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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던 애플이 10여 년간 투자해 개발하던 ‘애플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는 매년 10억 달러를 투자한 사업이다. 약 10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현재 환율 기준으로 약 13조 5,000억 원이다. 지난날 환율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10조 원 이상은 썼다는 소리다. 

애플이 애플카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작도 못하고 포기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경쟁성이 밀렸다는 것이다. 사업을 시작한 당시에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만이 전기차 시장에 등장했었다. 테슬라는 이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며 세계 1위 전기차 브랜드로 꼽힌다. 또 중국에서도 전기차 브랜드들이 물량 공세를 펼치며 시장을 더욱 레드오션으로 만들고 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BYD)는 할인 공세를 통해 시장을 점유해 나가고 있으며, 보조 배터리로 유명한 중국 기업 샤오미도 지난 3월 말 전기차 ‘SU7’을 내세우며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치 독일 자동차 브랜드 ‘포르쉐’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업계에서는 뭇매를 맞았지만, 출시되자마자 약 9만 대에 달하는 주문이 들어왔다고 한다. 중국뿐만 아니라 기존 자동차를 제조하던 브랜드들은 전부 전기차 출시에 혈안되어 있다. 이로 인해 애플은 전기차 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또 애플이 사업을 포기한 또 다른 이유는 인공지능 때문이다. 2024년 IT업계의 관심사는 인공지능이다. 엔비디아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IT 기업들도 최근 인공지능 제품들을 내세우며 앞서 나가고 있는 반면, 애플은 조용한 상황이다.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던 애플이 올해 내세운 신제품은 혼합 현실(MR) 헤드셋 ‘애플 비전 프로’를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잡기 어려웠고 결국 애플의 주가는 계속 하락하며 시가총액 1위 자리도 내주게 됐다.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도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출한다. 삼성은 눈에 띄게 좋은 기술을 넣어 계속해서 좋아지는 반면, 아이폰은 매년 일부 디자인 변경, 카메라 성능 등에만 신경써 결국 혁신이 없다는 것이다. 

삼성은 올해 글로벌 핸드폰 점유율 20%를 달성하며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애플이 혁신과 멀어지는 사이 꾸준한 기술 발전을 통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아이폰이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기 시작한 이후 삼성은 2019년 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를 출시했고 1년 뒤, 옛 폴더폰을 연상시키는 ‘갤럭시 Z 플립’을 출시했다. 이 시리즈가 국내외로 대박을 터뜨렸고, ‘갤럭시 S 시리즈’에는 100배 줌 카메라 등 계속해서 신기술을 탑재하며 성과를 보였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애플과 삼성의 차이는 ‘꾸준함’이다. “애플도 매년 핸드폰을 출시했는데, 꾸준한 것 아니냐?”고 물어볼 수 있다. 이 두 기업은 매년 핸드폰을 출시해 꾸준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정확한 차이는 ‘신기술의 꾸준함’이라는 것이다.

애플이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던 이유는 기존의 제품을 성능 향상만 한 것이 아니라 평소 불편했던 점을 개선해 편리하게 만들고, 성능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으며 예쁜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매료시켰다. 이렇게 출시된 것이 바로 ‘아이폰’이다. 또 서류 봉투에 들어갈 정도로 얇은 노트북인 ‘맥북’을 출시하며 애플이 비로소 완성됐다.

삼성은 초기 애플의 디자인을 못 따라가 초반에는 여러 경쟁 업체에 밀리기도 했다. 실제로 갤럭시 S 시리즈의 초기 디자인과 지금의 디자인은 닮은 점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많이 변했다. 하지만 성능은 꾸준하게 발전시켰고 디자인도 계속해서 변화를 주다보니 결국 현재 세계 1위 스마트폰 브랜드가 됐다. 

이 꾸준함은 어쩌면 다단계판매업계에 가장 필요한 단어로 보인다. 꾸준함은 기업과 사업자 모두가 가져야 할 자세지만, 그중 철새 같은 사업자에게는 가장 필요한 소양이다. 철새 같은 사업자들은 어떤 한 업체가 돈이 될 것 같아 사업자로 등록했지만, 막상 수익이 많지 않아 다른 업체로 넘어가는 사업자들을 뜻한다. 이들은 매출 상위권 업체들보다 신생 업체나 소규모 업체에서 많이 보인다. 

신생 업체에 이들 같은 사업자들만 등록한다면 그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신생 업체의 기술력을 팔아줄 사업자가 도리어 그 업체를 망치는 꼴보다 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올해 1분기 동안 6개 다단계업체가 폐업했지만, 그래도 최근 판도를 뒤집어 반전을 일으킬 업체들이 눈에 띄고 있다. 올해에 착실한 기반을 다져 2024년이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전재범 기자johnny59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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