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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구인난의 진짜 이유는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4-05-2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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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접판매업체 담당자들을 만나다 보면 “혹시 괜찮은 사람 있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이전에는 같은 질문에서 ‘괜찮은 사람’이 사업자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직원을 더 많이 물어봅니다. 업체마다 직원 채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2~30대로 나이를 제한하면 구인난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그런데 지난 5월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4월 고용 동향을 살펴보면, 청년층 고용률은 46.2%에 불과하며, 실업률은 6.8%로 전년 대비 0.4%p 상승했습니다. 참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자리 창출’을 제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각종 언론에서는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치는데, 정작 업체들은 젊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매출이 잘 나오는 상위업체들은 구인난을 거의 겪지 않습니다. 직접판매업계에서도 구인난에 시달리는 업체들은 대부분 중소업체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전체 사회의 구인난과 똑같은 양상을 보이는 것이죠. 일자리가 미스매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취업준비생들은 중소업체보다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명료합니다. 근무환경, 보수체계, 복지 등에서 차이가 현격하기 때문입니다. 

2~30대 구직자들이 보는 근무환경, 보수체계, 복지 등의 차이는 직접판매업계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으면서 다양한 업무 능력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명 외국계 업체에서 중소업체로 옮긴 한 직원은 “분명 뽑을 때는 이벤트 담당으로 뽑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업무를 하나씩 맡기기 시작했다. 담당이 빠지면 바로 인력 보충이 안되니 기존의 사람들이 돌려막는 식이다. 보수는 이전 회사와 거의 차이가 없는데 업무량만 늘어나니 퇴사자가 늘어나고 다시 업무량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토로합니다. 

구인난에 허덕이는 업체의 인식도 현실과 꽤 동떨어져 있습니다. 직원이 10명도 채 안 되는 한 업체 담당자는 만날 때마다 지난해부터 직원을 뽑기 너무 힘들다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을 원하느냐고 물었더니 “외국어 능력은 기본이고 마케팅, 제품, 교육 관련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합니다. 현재 직접판매업계에 근무하고 있는 베테랑 직원 중에도 저 정도 능력을 모두 갖춘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분야별 인재 양성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직접판매산업의 경우 특수성 때문인지 사업자를 양성하는 것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직원 양성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업체들은 특히 회계, 마케팅, CS 등의 인력 수급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이들의 경우 직접판매업계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업무 분야입니다. 그러므로 신입을 뽑으면 업무 수행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작 구직난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경력이 오래되고 나이가 많기 때문입니다. 중소업체의 경우 이런 경력직의 연봉을 맞춰주기 힘들다며 기피합니다. 사람은 급한데 사원, 대리 정도의 직위와 연봉을 주고 일을 시키려 하니 또 다른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구인난에 허덕이는 업체들은 어쩌면 같은 이유로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사람이 회사를 떠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경력은 늘어나는데 대우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면 근무자가 회사를 떠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인재를 제대로 대우하고 양성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시대의 흐름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직접판매업계도 이런 시대의 변화에 발을 맞춰야 합니다. 사업자들이 대부분 50대 이상이라고 해서 젊은 직원들도 비슷한 인식으로 대하면 구인난에서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중소업체의 경우 매출의 한계로 연봉 등의 물질적 보상을 충분히 할 수 없다면 탄력 근무나 근무 시간 단축 등을 통해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직원들의 성향을 맞춰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당 업무에 관한 사람을 뽑았으면 최소한 1~2년이라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양성해야 합니다. “우리는 작은 회사니깐 주인 의식을 갖고 여러 업무를 동시에 해야 한다”라는 말은 요즘 젊은 세대에게 “적은 급여로 너를 착취하겠다”라는 의미로 해석될 뿐입니다. 모 회사 대표는 여러 업무를 맡기거나 야근 등을 기피하는 2~30대 직원들을 “책임감이 부족하다”라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2~30대는 이런 경영방식을 ‘비합리적’이라고 단호히 거부합니다. 이전에 근무하던 세대들이 당연히 여겼던 것이 요즘 젊은 세대에게도 통한다는 생각은 굉장한 착각입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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