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정부.국회, 사기예방에 뒷짐
범죄자들 ‘사기칠 결심’
사람을 만나지 못하던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우리나라의 경제범죄(사기) 범죄율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자료인 ‘주요 경제범죄 발생 및 검거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에 27만 29건의 범죄가 발생했고, 2019년 30만 4,472건, 2020년 34만 7,675건, 2021년 29만 4,075건, 그리고 자료상 가장 최근인 2022년에는 32만 5,848건이 발생했다. 4년 사이에 무려 5만 5,819건의 범죄가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 통계에서 중요한 것은 검거율이다. 경찰의 경제범죄 검거율은 2018년 75%에 달했지만 매년 하락하다가 2022년에는 59%까지 떨어졌다. 등락률만 보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보여, ‘별일 없네’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검거되지 않은 범죄자 수를 보면 문제점이 확실히 보인다.
경찰청이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계산해봤을 때 검거되지 않은 범죄자 수는 2018년 6만 7,508명, 2019년 7만 9,163명, 2020년 11만 1,256명, 2021년 11만 4,690명, 2022년 13만 3,598명이다. 코로나 발생 시기인 2020~2021년 사이에만 소폭 증가했고, 이외에는 큰 단위로 증가한다. 이 말을 풀이해보면, 검거되지 않도록 철두철미한 범죄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사기, 유사수신 사건의 피해자들이 시위를 펼치면서 매번 경찰의 분발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 검거되는 숫자가 떨어지진 않았다.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매년 검거된 범죄자 수는 오히려 계속해서 증가했다.
경찰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 4월 26일 보도자료를 내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도입해 여러 사기 사건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아직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KICS 사용 이후로도 계속 바빠 주말에도 출근한다고 토로한다. 즉, 경찰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범죄 발생 건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니, 경찰들은 답답할 따름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정치계는 깜깜무소식이다. 22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된 지 3주가량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상임위원회가 다 구성되지 않았다. 상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당은 야당의 횡포가 불만이고, 야당은 여당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상황이다. 국민이 뽑은 일꾼이지만, 양당은 서로 물어뜯기 바쁘다.
이러니 경찰의 인력 부족 문제를 포함해, 각종 사기 사건들의 문제가 눈에 들어올까. 잘 들여다보면, 국회는 물어뜯느라 관심 없고, 경찰은 수많은 사기 사건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은 사기 범죄자들이 활동하기 좋은 조건의 나라가 아닐까?
사실 이미 머리가 좋은 수많은 사기 범죄자들이 활개치고 있기 때문에, 유사수신이나 사기 범죄를 저지르기에는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상은 회장도 휴스템코리아라는 영농조합법인을 세우고 방문판매법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휴스템코리아 사건과 같은 큰 사건도 수개월에서 길면 수년간 수사해야 혐의가 적용되기도 한다.
휴스템코리아를 제외하더라도, KOK 코인부터 MBI, 아도인터내셔널, IDS홀딩스 등 다양한 금융사기 사건들이 다발하고 있다. MBI는 이미 수년 전부터 수사와 재판을 통해 많은 상위 사업자의 재판이 이뤄지긴 했지만,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도 있어 큰 사건들도 재판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할 수 있다.
여러 금융사기 이야기만 했지만, 불법 다단계와 불법 피라미드 등 또한 사회적으로 문제가 깊다. 오히려 이전과는 다르게 노인들을 대상으로 피를 빨아먹고 있다. 최근 본지에서 다뤘던 ‘메타골드’와 ‘루멘홀딩스’를 포함해 불법 다단계, 피라미드는 다단계업계 입장에서 가장 없어져야 할 사건 유형이다.
다단계판매산업이 여러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한 장본인인 불법 다단계와 피라미드가 현재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은 다단계판매산업에 대한 기만이 아닌가 싶다. 불법이라는 키워드는 언론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인데, 만일 대형 불법 다단계 사건이 터진다면, 2026년 개최될 세계대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난 6월 18일 개최된 ‘타뮤나 WFDSA 전무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직접판매협회 어원경 상근부회장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홍보를 펼쳐 다단계판매업에 대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낼 계획이라 밝혔지만, 만일 큰 불법 다단계 사건이 터진다면 인식이 더욱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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