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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단계 자율성 확대해야

  • 기사 입력 : 2024-06-2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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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다단계판매업계의 분쟁 건수가 단 1건에 그친 걸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내놓은 ‘2024년 공정거래백서’에 실린 내용이다. 백서에 따르면 분쟁이 한 건도 없었던 2022년을 포함해 지난 10년간 전체 분쟁은 122건으로 평균적으로 1년에 약 12건 정도의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표는 다단계판매와 관련한 각종 규제를 업계의 자율에 맡겨볼 시점이 도래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도 많은 국민들은 다단계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은 ‘진짜’ 다단계와 허가받지 않은 다단계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안타까운 것은 어느 업계에서도 볼 수 없는 이 우량한 자료를 작성한 공정거래위원회에서조차 다단계판매를 여전히 규제해야 하는 업종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조군으로 비치는 불법 다단계업체가 검거된 곳만 6,300곳에 이른다는 사실은 그동안 각 언론 매체에서 얼마나 사실과 동떨어진 보도를 해왔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의 다단계판매업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제조합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단계판매를 통해 판매된 제품의 경우 소비자 또는 사업자의 치명적인 과실이 아니라면 대부분 반품과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반품 기한도 무려 3개월에 이르러 오히려 지나친 보호장치가 아니냐는 반론도 적지 않을 정도다. 따라서 공제조합이 지속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제품 가격 상한선이 철폐되더라도 소비자를 보호하지 못할 일은 없다는 말이다. 한국암웨이가 법인을 설립했던 1988년의 1인당 국민소득은 3,218달러에 그쳤다. 그랬던 것이 지난 2023년에는 3만 3,745달러를 기록해 무려 10배 넘게 경제가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에 적용되는 제품 가격 상한선은 10배는커녕 채 2배로도 커지지 않았다. 이것은 공정거래위원회와 시민단체, 국회 등의 다단계판매에 대한 인식이 1988년도의 그것에 머물러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공공부문을 제외한 대한민국 각 분야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K팝과 K푸드, K드라마 등의 문화는 물론이고 반도체, 자동차, 방위산업 등등 전 분야에서 오히려 한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 정세 및 경제 상황을 도외시하고 다단계판매에 대한 억압적 규제를 지속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하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글로벌 스탠다드란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국가의 법이나 제도도 세계적인 기준과 통일성을 기해야 한다는 권유다. 국내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구하는 것은 분명히 지양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다단계판매가 지닌 실업 해소와 국민소득 증대, 우량 상품을 구매할 권리 등의 측면에서는 분명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갈 필요가 있다. 

다단계판매가 얼마나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백서를 통해 또 한 번 입증된 셈이다. 다단계판매업계의 분쟁이 1년에 12건 정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표하고서도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면 합당한 이유를 들어 업계 구성원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렇다 할 이유도 까닭도 없이 그저 그동안 그래왔으므로 규제를 지속한다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면서 700만 명을 헤아리는 다단계판매원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이기도 하다. 백서에서도 나타났듯이 가혹한 규제가 오히려 불법을 양산하는 빌미가 되지 않았는가. 자율성을 확대해야 기업도 살고 회원도 함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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