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목요일 오후> 언제까지 감나무 밑에 누워 감 떨어지기를 기다릴것인가?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4-07-12 07:35
  • x
감은 잘 익으면 부드러워져 저절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자리에 떨어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좋은 결과만 바라는 상황을 빗댈 때 “감나무 밑에 누워서 입안에 감 떨어지길 기다린다”라는 속담을 사용하곤 하죠. 

지난 2022년 다단계판매업계는 5조 4,166억 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란 악재에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결과였죠.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2023년에는 다단계판매업계가 더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 후원방문판매와의 경쟁 심화, 코인 등 불법 다단계 난립 등으로 5조 원 시장도 붕괴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시장 불황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업체도 지난해보다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얘기하지 못합니다. 벌써 2024년의 절반이 지나갔지만,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지난해 매출만 유지해도 성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시장이 침체돼 있다보니 다단계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표정도 좋지 못합니다. 최근들어 업체 행사나 인터뷰 등으로 사업자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후원수당 지급률이 언제 38%로 상향되냐”입니다. 지난해 4월 27일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이 발의한 방문판매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사업자들은 잊지 않고 이제나 저제나 통과 소식만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사업자들은 지금처럼 업계가 침체돼 있을 때 후원수당이 3%라도 올라가면 반전의 기회가 될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기존 사업자들의 사기는 더욱 올라가고 신규 사업자 리쿠르팅에도 이보다 확실한 방법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듯 기대에 찬 사업자들에게 “후원수당 지급률 38%는 물 건너 갔다”라고 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김희곤 의원의 방문판매법 일부개정안은 지난해 6월 15일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법안 처리의 첫 문턱인 정무위원회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서 첫 문턱도 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1대 국회가 종료되며 법안은 자동 폐기됐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2만 5,830건입니다. 이 중 처리된 법안은 9,455건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1만 6,375건은 자동 폐기됐습니다. 후원수당 지급률 38% 상향이 포함된 방문판매법 개정안도 그 중 하나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절실한 법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된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사업자들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기약없는 기다림을 하고 있었습니다. 

후원수당 지급률은 지난 1995년부터 마련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30년 동안 다단계판매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퇴행적인 규제입니다. 자본주의는 기업과 자산을 개인이 소유하고 돈 버는 것도 개개인에게 권장하는 경제체제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를 다른말로 자유 시장 경제라고 부릅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제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는 “경제상황에 대한 제한된 정보밖에 갖지 못한 정부가 경제에 간섭하면 자본주의 경제를 불구로 만든다”고 강조했습니다. 행정부처에서 일하는 사람은 시장의 모든 상황을 알수 없으므로 부족하고 잘못된 지식으로 시장의 자율성을 규제하고 비효율적인 체제를 가져온다는 의미입니다. 

30년 동안 유지되온 후원수당 지급률 35%야 말로 잘못된 지식으로 시장의 자율성을 규제하면 얼마나 비효율적인 체제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는 다단계판매를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의 상한가를 16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 등을 입법예고했습니다. 12년 만에 40만 원을 올려준 것입니다. 여기에 단기적 프로모션이나 일시적인 후원수당 지급 기준 변경의 경우 통지 의무를 변제해준다고 합니다. 물론 업계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정작 다단계판매업의 가장 큰 구성원인 사업자에게 그닥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업자들 반응이 시큰둥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선거철이 되면 길거리에서 수많은 후보자들이 허리를 숙이며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고 표를 구걸하지만, 정작 국민이 법률 한 줄 고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35에서 38로 즉, 5를 8이라는 숫자로 바꾸기 위해서는 방문판매법의 단어 하나, 구문 하나를 치밀하게 연구해 국회에 제시해야 하고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정부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문제는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한 정부는 다단계판매업계의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냥 법리 해석과 이론적 해석에만 능통한 집단입니다. 

현재 다단계판매업에 종사하는 사업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경제적 보상을 업체는 65%, 사업자는 35%만 받을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수익구조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집에 불이 났는데 남의 집인 듯 불구경을 한다면 자신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는 꼴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제 다단계판매원들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합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SNS, 유튜브 등에서 조성된 여론은 단순히 법률 한 줄이 아니라 관련 법 전체를 바꿀수도 있습니다.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지 맙시다. 나무로 올라가든, 발로 나무를 사정없이 차든, 긴 작대기로 감을 털어버리든, 아예 나무를 베어버리든, 직접 움직이고 행동하면 감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