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브랜드 홍수…기업과 경쟁하는 사업자 늘었다
[기획] 다단계판매 어디로 갈 것인가? - <3>
다단계판매가 위축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스마트폰의 등장을 꼽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다단계판매원 역시 스마트폰을 활용하면서 회원 등록과 제품 구매가 편리해진 측면이 있다. 또 SNS를 활용한 홍보나 리쿠르팅 역시 활발해진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 편리함이 다단계판매원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쇼핑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반 쇼핑몰과 다단계판매기업의 쇼핑몰이 같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을 것이다.
회원 가입 절차 더 간소화해야
다단계판매업체 쇼핑몰의 경우 회원 가입 절차가 복잡해 웬만큼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면 한 자리에서 완료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재미있는 콘텐츠라고 해도 1분 이상 해당 사이트에 머물지 않는 소비자의 ‘변덕’을 감안할 때 다단계판매업계의 회원 가입 시스템이라든가 결제 시스템 등등은 후진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영업력과 판매능력을 갖춘 사업자들이 직접 제품을 만들어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시크릿다이렉트코리아 출신의 김 모 씨는 지난해부터 Y존 제품을 판매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페이스북, 유튜브, 아프리카TV, 스마트 스토어 등등 가능한 모든 채널을 활용한다는 그는 “판매원 시절에는 오로지 회사에서 주는 수당만이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줄 알았다”면서 “다단계 경력이 쌓이면서 제품이 어디에서 어떠한 경로를 통해 오는지 알게 됐고, 그렇다면 내가 직접 팔아도 되겠다는 생각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단계판매의 경우 고객을 설득하는 작업이 너무 힘든데 SNS 상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며 “가장 큰 장점은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등 소비자가 사용하는 매체의 아이디를 통해 쉽게 회원 가입해서 해당 매체의 포인트나 페이 등으로도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누구나 제품 개발 가능한 시대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화장품을 판매한다는 또 다른 김 씨는 “지금처럼 다단계판매업체에서 사업자들에게 제품만 공급하고 알아서 판매하라는 식이라면 급격하게 성장하는 개인 방송 사업자와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씨는 “요즘은 화장품의 경우 1,000개 정도면 OEM 제작을 해주는데 굳이 아무런 판매 도구도 제공하지 않는 다단계를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그의 말은 사업자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툴을 제공하지 않는 업체라면 제조업체와 소비자 사이에 낀 불필요한 유통단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이제 더 이상 사업자들은 기업의 봉이 아니다. 주는 대로 상품 팔고, 주는 대로 수당 받는 사업자들은 거의 없다. 이 제품이 왜 좋은지, 회사는 왜 이 제품을 론칭한 것인지, 그로 인한 수당은 얼마인지 등등 세심하게 질문하고 그 답을 듣고 싶어한다.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회사와는 언제든 결별할 준비가 돼 있는 게 요즘의 사업자들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면 지금은 사업자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모 업체의 상위 리더는 “이런 말 하기는 뭣 하지만 임원 중에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가 무슨 회사인지, 취급하는 제품이 뭔지, 보상플랜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라며 “말단 직원도 아니고, 이사급이나 되는 사람들이 회사에 애정을 갖고 일하는 게 아니라 그냥 월급이나 받아가겠다는 식”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회사라면 사업자를 위한 영업 툴을 마련해 줄 수도 없고, 설령 마련하더라도 현장과는 동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회사를 믿고 사업할 수가 없다”고 단언한다.
영세 업체, 사업자들만 쳐다보는 게 현실
사업자의 말을 종합하면 다단계판매기업은 사업자들이 사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도구를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 및 예비 사업자의 마음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모 업체의 관계자는 “큰 회사는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영세 업체의 경우에는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인원 자체가 없을뿐더러, 무엇을 어떻게 해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막막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는다.
그의 말인즉 회사만 차려놓고 나머지는 사업자들이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여전히 과거의 사업방식에 매여 있는 것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사업자들만 쳐다보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회사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누구와 어떻게 사업을 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조언한다. 그는 “이제 회사는 사업자들의 심부름꾼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그나마 심부름꾼이라도 시켜주기를 기대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한다.
또 “자신이 북 치고 장구 치고 할 거면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서 하지 굳이 남 좋은 일을 시킬 이유가 없다는 게 요즘 사업자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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