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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출산율과 비슷한 다단계판매 유입

  • 전재범 기자
  • 기사 입력 : 2024-08-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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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재하면서 정말 인상적인 말을 들었다. “다단계 신규 판매원의 유입률이 한국 출산율과 비슷하다.” 이 말을 들었을 당시에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지나쳤지만, 다시 곱씹어보니 틀린 말이 아니다.

모든 산업이 부흥하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계속되는 신규 유입이 있어야 한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면, MZ세대가 즐겨하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항상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새로운 모드(mode)를 출시하며 신규 플레이어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이벤트와 모드는 신규 플레이어와 기존 플레이어와의 격차를 줄여주기도 하면서 동시에 기존 플레이어에게까지 재미요소를 더한다. 만일 신규 플레이어를 유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벤트와 모드같은 것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되지 않으면, 유입률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은 온라인 게임을 매주 업데이트하여 버그가 생기지 않게 하며, 주기적으로 이벤트를 진행해 기존 플레이어들이 흥미를 잃지 않게 하면서도 신규 플레이어의 유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뿐일까? 다단계업계와 친숙한 화장품업계도 마찬가지다. MZ세대가 자주 가는 올리브영은 거의 매달 행사를 진행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제품별, 브랜드별 할인을 진행하기도 하며, 동시에 ‘올영세일’이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로 인해 얻는 것은 기존 고객들의 충성도와 신규 고객들을 유입 등이다. 이로 인해 올리브영은 H&B 스토어 업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용어로 많이 나오는 말인 ‘고인물’은 2가지 의미가 있다. 최근 만들어진 인터넷 용어의 의미는 한 게임을 오랜 기간 플레이하여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 새로 유입된 유저들을 게임에 정착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방해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전통적인 의미로는 ‘고여있는 물’을 의미한다. 고여있는 물은 흐르는 물과 만나지 않으면 증발되어 사라진다. 그렇기에 꼭 흐르는 물을 만나야 한다.

현재 다단계업계는 이 고인물과 똑같다. 신규 판매원이라는 물줄기가 없고, 팬데믹 이후로 침체되어 말라가는 경제 때문에 이제는 증발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랑 다를 것이 없다. 그렇기에 신규 판매원 유입률과 출산율이 비슷하다는 말이 이해된다는 것이다.

다단계업계에서도 온라인 게임처럼 주기적인 이벤트인 ‘프로모션’을 진행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프로모션은 기존 회원들을 위한 이벤트로 기획되어 새롭게 들어온 판매원에게는 메리트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이러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다단계업계의 폐쇄적인 특성 때문에 일반인의 대부분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다단계업계에서는 온라인 게임처럼 이벤트와 모드를 출시할 수도 없으며, 올리브영처럼 계속된 행사를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알 수가 없다. 이유는 다단계판매가 폐쇄적인 채널이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온라인 앱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단계판매에 관련된 행사와 프로모션은 사실상 회원들만 알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심지어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막상 일반인이 접하는 채널에서 볼 수 없어 흥미를 쉽게 잃게 된다.

또 다단계업계의 제품이 마음에 들어 막상 구매하려고 하더라도, 판매원 찾는 것도 힘들뿐더러 회원가입해서 주문하자니 겸직하는 것 같아 망설이게 된다. 또 갖가지 후기들이 있지만, MZ세대들은 홍보성 후기보다 종류가 다양하고 솔직한 후기를 원한다. 이런 것을 가장 잘 활용한 업체가 바로 ‘화해’다. 화해는 각종 화장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유통 채널이다. 이 유통 채널을 소비자들이 많이 쓰는 이유는 피부·금액·기능 등의 다양성을 맞춰 화장품을 선택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솔직한 후기와 평점을 보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솔직한 구매평을 남기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꼭 자신의 리뷰를 보고 참고해주기를 바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바로 후기를 작성할 때 주는 할인 포인트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 할인 포인트 몇천 원을 받더라도 홍보성 문구가 아닌 제품을 사용 중·후의 솔직한 후기를 남긴다. 하지만 이 몇천 원의 포인트는 작성할 때마다 쌓여 결국 화장품을 포인트로만 구매하기도 한다. 

이처럼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이득을 주는 것 같은 서비스와 이벤트가 지금의 MZ세대를 다스리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은 MZ세대뿐만 아니라 X, Y세대도 모두 겪었던 것들이며 형태만 달라졌을 뿐이다. 

이러한 방식을 업계가 고려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흔한 마케팅 방식이다. 분명 기획도 했을 것이다. 다만, 방문판매법이라는 현실 속 장벽이 막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방문판매법이라는 구시대적 법안이 다단계판매라는 산업을 무너뜨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재범 기자johnny59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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