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궁지로 몰리는 불법 코인
이원석 검찰총장이 코인(가상자산) 수사 전담팀을 직제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서울시 또한 불법 코인 다단계 조직 등을 신고할 경우 최대 2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서울시가 동시에 코인 관련 범죄에 대해 전향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테헤란로 일대에 서식하는 불법 조직들에게도 철퇴가 내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가 강조하는 바와 같이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와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등에는 은퇴자들의 퇴직금이나 노후자금을 노리고 급조된 가짜 코인을 판매하는 범죄조직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송파구 문정동 등으로도 확산하면서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지식산업센터 일대에 자리 잡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가 되는 형국이다.
가상자산이라는 것은 문자 그대로 가상이며,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한다는 측면에서는 환각 자산이라고도 이름 붙일 만하다. 실제로 불법 코인들의 경우에는 가담자들을 환각에 빠트려 벼랑 끝에서도 기꺼이 뛰어내리게 한다. 또 이들 코인은 환각 작용에 중독성까지 더해 한 번 맛을 본 사람은 웬만해서는 그 굴레를 빠져나오지 못한다.
갈취당한 돈을 찾으러 갔다가도 ‘좋은 자리 주겠다’는 말에 혹해 또 다시 베팅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처음에는 피해자였지만 두 번째부터는 자청해서 범죄 단체를 구성하는 세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코인이 처음 등장했던 10년 전만 해도 순수한 피해자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불법 코인범죄조직 구성원의 90% 이상이 코인범죄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돈을 벌어 본 사람들은 그 달콤함에 취해 재차 범죄에 연루되고, 돈을 잃어 본 사람들은 분노와 만회에 대한 충동 때문에 다시금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 그렇지만 범죄 기획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조직원들이 먼저 돈을 벌게 하지는 않는다. 조직이 확장되면 가장 먼저 재단 설립 초기에 돈을 댄 전주들이 투자금과 수익을 회수하고, 그 다음 재단이라는 이름에 속한 기획자들과 소위 대표 사업자라든가 1번 사업자라는 이름표를 단 사람들이 돈을 챙긴다.
그러한 연후에 실질적으로 돈을 들고 달려온 세포 단위의 조직원들이 불특정 다수라는 이름에 포함되는 여타의 말단 조직원들과 함께 제로섬 게임을 벌이게 된다. 그리하여 운이 아주 좋으면 원금을 포함해 얼마간 수익을 올리고, 운이 조금 좋으면 원금을 회수하는 수준에 머물며, 그 이후는 우리가 익히 보아온 순서대로 흘러간다.
만시지탄의 아쉬움이 있기는 해도 지금이라도 검찰에서 전담팀을 직제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전담팀이 생긴다는 것은 전문 수사관도 함께 양성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다단계방식을 적용한 각종 코인범죄와 유사수신 범죄는 주동자 몇 사람에 대해서만 수사가 이루어지면서 2차 3차 범죄가 충분히 예상되는 범죄 기획자들을 처벌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담팀이 결성되고, 지난 국회에서 논의됐던 단순 가담자까지 처벌하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코인범죄 청정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갖게 한다. 또 해당 범죄를 신고한 사람에게 최대 2억 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급함으로써 코인범죄를 통한 수익금보다 범죄를 신고한 수익금이 더 크게 돼 코인 기술자들까지 대거 신고자로 변모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단지 다단계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민생 문제로 확대돼버린 코인 관련 범죄가 검찰과 서울시의 이번 조치로 일망타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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