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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판매 순리대로 해결해야

  • 기사 입력 : 2024-08-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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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들의 재판매 행위를 두고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전체적인 무게 중심은 제재해야 한다는 쪽으로 약간 기울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해당 상품을 최초로 구매한 사업자의 판단과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가 않다. 

백화점 등 유통 기업에서 세일을 한다면 누구나가 환영하는 것처럼 다단계판매 업체의 제품을 저렴하게 유통하는 것 역시 소비자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이런 단순한 공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위의 사업자들까지 생각한 결과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 재판매 이슈다. 즉 한 사업자가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다른 사업자 역시 해당 가격에 맞춰 판매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말이다. 

다단계판매업계에서는 이것이 문제가 되지만 일반적인 유통 업계에서라면 하등의 문제가 될 여지가 없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와 경쟁사회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조속한 시일 내에 재고를 소진하는 것이 현금 흐름이나 유통기한 관리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다단계판매업의 특성상 함께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많고, 그들은 소극적인 사업자와 적극적인 사업자로 나뉜다. 적극적인 사업자는 ‘사업은 사업답게’라는 생각으로 재고 부담을 불사하면서까지 직급을 달성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이 바로 대량 구매와 재판매로 이어지는 단초가 되는 것이다. 반면 소극적인 사업자는 ‘소비가 사업이 된다’는 다단계판매의 상식에 입각해 본인이 쓸 수 있을 만큼만, 판매할 수 있을 만큼만 제품을 구매하므로 사업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다. 대신 정확한 가격을 지키는 탓에 대량 구매한 사업자나 소형 팩을 구매한 사업자나 일정한 판매 행위로 말미암은 소득은 엇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사업에 합류하자마자 상위 직급을 목표로 삼을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그냥 대량 구매가 아니라 적게는 몇천만 원, 많게는 억대의 제품을 구매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왔다. 재판매 문제가 심각해진 것도 이러한 한두 번의 사례가 복제되고 증폭되면서 일반화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연 회사에서 사업자의 대량 구매와 그로 인해 불거질 재판매 행위를 눈치채지 못하고 짐작하지 못했을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의 매출이 발생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묵인하지는 않았을까?

회사는 제품을 판매하고, 그 제품을 구매한 판매원에게는 팔지 말라고 하는 것은 법과 윤리를 떠나 상식에 위배된다. 유통 사업이란 제품을 떼다가 팔아서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닌가.

다단계판매업계의 초창기를 생각해보자. 수백여 업체들이 난립해 물도 팔고, 돌도 팔고, 형체가 있는 모든 것을 판매하면서 무수한 피해자들이 발생하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지금 셀 수 없이 많았던 그 업체들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이것이 바로 자정(自淨)이라는 것이다. 저절로 깨끗해진다는 말이다. 

이처럼 재판매 문제 역시 갈등과 충돌의 시기를 지나고 나면 저절로 안정기로 접어들 것이다.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는 복제의 대물림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리도 없고, 사업자의 대량 구매에는 눈 감으면서 재판매 문제만을 이슈화시키는 기업 문화도 개선되리라고 믿는다. 다만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느냐는 것은 오로지 기업의 의지에 달려 있을 뿐이다. 굳이 재판매 문제를 부각시켜 사업자와 기업을 갈등 국면으로 몰아갈 이유는 없다. 스스로 맑아진다는 것. 그것이 바로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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