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직판조합 신임 이사장 선임에 부쳐
직접판매공제조합이 차기 이사장직에 배수정 한국암웨이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초대 박세준 이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현직 대표이사가 이사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업계를 잘 아는 인사가 조합의 수장을 맡는다는 측면에서는 기꺼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산적한 현안들을 전부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함께 아파하고 함께 고민할 수는 있겠다는 기대가 생긴다.
그동안 두 공제조합을 다녀간 전직 이사장들 역시 업계를 위해 헌신했고 나름대로 성과를 낸 사례도 없지 않았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업계의 경험이 전혀 없었던 탓에, 그들이 지녔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2~3년이라는 임기가 너무 짧았다는 점이다.
이를 포함한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오랫동안 업계에 몸담아 왔고, 한국암웨이라는 1조 원대 매출의 기업을 무리 없이 잘 이끌어오고 있는 배수정 대표이사의 선임은 실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겸직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으나 오히려 겸직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클 수도 있다. 업계와 아예 동떨어진 직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테지만 다단계판매기업을 경영하는 것보다 다단계판매업계의 현안을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는가?
대한민국에는 다단계판매업계의 공제조합뿐만 아니라 건설공제조합, 전기공제조합 등등 수많은 공제조합이 설립돼 각각의 산업 분야에서 동업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만일의 사태에 상호부조의 정신으로 대비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이들 공제조합의 이사장은 거의 모두가 해당 업종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현행 다단계판매업계의 공제조합은 어딘지 모르게 자연스럽지 않은 점이 있었다. 태동 자체가 관에 의한 조직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주무 관청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업무 또한 절반은 공공기관인 것처럼, 또 절반은 진짜 조합인 것처럼 오락가락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거기에 그다지 크지도 않은 업종에서 두 개의 공제조합이 운영된다는 것도 납득하기 쉬운 일은 아니다.
한때 다단계판매는 특수한 업종인 것처럼 취급되던 때가 있었다. 생소하기도 했으며, 어떻게 사업을 해나가야 하는지 몰라 기업도 사업자도 좌충우돌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제조합이 설립된 지 20년이 넘었고, 업계가 형성된 지는 30년이 훌쩍 넘어 더는 새롭다고 할 수 없는 유통 채널의 하나가 된 것이다. 조합 내부에도 여러 가지 사정이 상존할 것이므로 관 출신이 좋을지 민 출신이 좋을지에 대해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는 공제조합도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때가 됐다.
당장 시급한 것은 공제조합이 관료 티를 벗어야 한다는 점이다. 업계 종사자의 상당수는 공제조합이 국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수사기관인 줄 안다. 바로 이 지점이 신임 이사장이 직면하게 될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업체 출신의 이사장으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 과도한 개입과 규제다. 자두나무 아래서는 모자도 고쳐 써서는 안 되며, 참외밭에서는 신발 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통상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불황에 허덕이는 업체 입장에서는 암웨이를 보호하기 위한 행위로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업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이사장이 먼저 꿰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경쟁력이다.
너무 큰 꿈인지는 모르지만 배수정 이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무렵에는 수사기관이 아니라 봉사단체로 착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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