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자클럽·DDM 분전…업계 ‘화들짝’
제도권 밖 기업에서 배울 점 없나?
[기획] 다단계판매 어디로 갈 것인가? - <5>
‘동업자클럽(회장 노재붕)’은 지난 5월 대전유성경찰서로부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 결정문을 받았다. 2023년 2월 1일에 접수된 사건이 무려 1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대전에 본사를 둔 동업자클럽은 현재 약 7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고 2024년 8월까지 매출은 약 800억 원. 연말까지는 1,000억 원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업자클럽의 가장 큰 특징은 급여를 받는 직원이 없다는 점이다. 세무 회계에서부터 마케팅, 영업 등등 세세한 부분까지 회원들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 7만여 명의 회원 중에서 각각의 분야를 전공했거나 경험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노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직원이 없으니 지출이 없고, 지출되지 않는 비용까지 회원들에게는 수당으로 돌아간다. 전산이나 행사장 대여 등 기본적인 지출은 노재붕 회장 사비로 충당한다.
지난 8월 25일 경상북도 경주시 켄싱턴리조트 행사장에서 만난 노재붕 회장은 다단계판매를 알게 된 이후 겪어온 고초에 대해 이야기했다. 노재붕 회장은 다단계판매업계의 대표적인 블랙리스트 ‘N그룹’을 만든 사람이다. 다단계판매업계의 블랙리스트가 연 매출 1,000억 원을 넘보는 독특한 기업을 일궈낸 것이다.
동업자클럽이 추구하는 것은 ‘현명한 소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소득이 되는 소비’다. 회원들은 “소득이 되는 소비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회원들에게 지급되는 35% 수당 외에 65%가 회사로 귀속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에 기꺼이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업체가 있을까?
DDM소비자연합은 2019년 11월 대구지방법원 김형태 판사로부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당시 차 모 검사는 추가 조사나 기소 없이 항소했고, 법원은 홈페이지에 제휴 기업의 배너 광고가 ‘알선’에 해당된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영업이 시급했던 이들은 벌금을 납부하고 방문판매법 위반 사유로 지목된 배너 광고를 제거했다. 현재 DDM소비자연합에는 7개의 회원사가 제휴했고 연말까지 월 30억 원의 매출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조직 사업을 계획하는 몇몇 건실한 중소기업들이 회원사로 가입하면서 DDM소비자연합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같은 사실이 업계에 알려지자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으면서 유통 사업을 꿈꾸는 중소기업들의 대안으로까지 지목되는 상황이다.
인크루즈도 매출 순항 중…방판법 무용론
동업자클럽과 DDM소비자연합이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들의 시스템을 유심히 살펴보는 업체가 대폭 늘었다. 모 업체의 대표는 “한때 노재붕 회장과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주위의 만류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가 기억에 남는 것은 타의에 의해 사업 기회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반품을 하지 않은 점”이라며 아쉬워했다.
다른 많은 경영자들과 임직원들은 “동업자클럽이나 DDM소비자연합이 불법이 아니냐?”고 묻는다. 공제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조직 사업은 불법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인크루즈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등록하지 않고 다단계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오고 있으나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무등록 다단계라고 해도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수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더욱이 해외에 본사를 둘 경우 범죄가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범죄의 주체를 특정할 수 없으므로 실질적으로 처벌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인크루즈의 경우 매나테크 출신의 안 모 씨가 합류하면서 회원이 급격하게 늘었다. 인크루즈의 경우 여행상품이 주력으로 할부거래법과 방문판매법이 충돌하는 지점에 놓인 상황이라 국내 지사 설립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회사의 한 회원은 “국민소득이 선진국 수준으로 상향되면서 여행에 대한 수요는 많은 반면 한국의 방문판매법이나 공제조합의 규정 등으로 인해 여행상품은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판매할 수 없다”며 “인크루즈의 경우는 수당 지급률 등에 있어 한국의 정서와 맞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방식(무등록)으로 영업하는 게 회원들에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지금 업계에는 세 가지 사례 외에도 물류(유형의 상품 취급)와 가상화폐 등을 혼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영업하는 업체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동업자클럽이나 DDM소비자연합을 벤치마킹하는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어 공제조합 가입업체들의 고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명한 소비’보다는 ‘돈 되는 소비’에 열광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동업자클럽, DDM소비자연합, 인크루즈가 운영되고 지탱되는 방식이다. 회원들의 자발적인 봉사가 근간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상식으로 자리 잡은, 회사가 있어야 회원이 있다는 공식을 깨트린 것이다.
단체든 기업이든 제품을 판매하고 수당을 지급하고, 각종 세무 회계, 마케팅, 행사, 여행 등등을 운영하자면 막대한 인력이 요구된다. 제도권 업체의 경우 대부분 임직원을 고용하거나 외주를 맡겨 해결하는 일들을 이들은 회원들의 봉사로 해결한다는 점이다.
동업자클럽의 노재붕 회장은 “월급은 받지 않지만 봉사함으로써 조직이 지탱되고 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비상식적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봉사에 대한 본능도 있는 것 같다”고 지금의 기현상을 설명한다.
인크루즈의 회원 역시 “미국 회사라서 본사와 관련된 대부분의 일이 영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면서 “영어가 자유로운 회원이 많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영어 잘하는 회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공제조합에 등록되지 않은 회사라 조심스러웠는데 이렇다 할 소비자 피해도 발생하지 않고, 특히 회원들 간에 이럴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는 의식도 깔려 있어 등록된 회사보다 잡음 없이 진행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방문판매법이나 공제조합 가입 유무를 떠나서 이들의 관심사는 ‘나의 소비가 과연 나의 소득이 될 수 있는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 말은 현명한 소비를 넘어서는 소비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결국 이들 세 단체는 기업의 이익을 매출의 65% 수준으로 보장해주고, 회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수당을 지급할 경우 형사 건으로 처벌하는 규제가 타당한 것인가라고 한국 정부에 묻고 있는 것”이라며 “방문판매법과 공제규정을 100% 준수하는 기업에 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그만큼 경제적으로 보상을 더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도 포함된 셈”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관계자는 “다단계판매가 도입되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모든 회사의 제품이 우수하다. 제품력으로 특정 회사가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자들이 사업자인 이유는 제품을 판매하고 조직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돈을 벌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단계판매가 지금의 정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를 사업자답게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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