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라
글로벌(Global)이란 ‘세계적인, 지구의’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이라 함은 세계적인 기업, 전 지구적인 기업을 가리킨다. 또 세계적인 기업이라 함은 월드 클래스(World class)라는 말로 번역되며 기업의 수준을 평가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기업의 국적이나 해외 지사를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글로벌 기업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 비록 단 한 개의 나라에서 영업을 하더라도 그 수준이 세계적으로 우뚝 서 있다면 글로벌 기업이라 불러 마땅하다.
다단계판매업계에도 세계적인 기업이 적지 않다. 암웨이라든가, 뉴스킨이라든가, 허벌라이프 등을 비롯해 한국에는 진출하지 않았어도 글로벌 기업으로서 유명세를 떨치는 기업도 있다. 다단계판매 초창기에는 해외 기업이라면 대충 얼버무려 글로벌 기업이라고 불러주던 때가 있었다. 30년 전 당시에는 한국의 기술력이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했으므로 해외에 본사를 둔 대부분의 기업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산업 전 부문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세계 수준에 이르렀으며, 반도체 등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를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은 다단계판매업계도 마찬가지여서 한국 기업인 애터미가 세계 수준에 근접해 가고 있는 형국이다.
아쉬운 것은 최근 들어 그동안 글로벌 기업인 줄 알았던 몇몇 업체들이 세계 수준은커녕 가장 저급한 방식의 경영 행태로 한국의 종사자들과 사업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특히 지사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보여주는 전혀 글로벌 기업답지 않은 행태는 실망의 수준을 넘어 분노하게 만든다. 실질적으로 이들은 본사만 해외에 있을 뿐이지 국내의 고만고만한 기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게 한다.
우리가 아는 글로벌 기업의 조건은 어떠한 경우에도 시스템에 의해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부적으로야 어느 정도 조율을 거치겠지만 특히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밖으로까지 흘러나온다는 것은 시스템에 큰 구멍이 나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것과 진배없다.
업계에서는 최근에 들어오는 해외 기업은 한국의 중소기업보다 더 나을 것도 없다는 게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꽤 많은 소규모 해외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도전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사례는 확인하기가 어렵다. 몇몇 기업들은 본사의 경영 미숙으로, 또 일부 기업은 한국 지사장을 잘못 기용하는 바람에 서둘러 철수하고 말았다. 지사장을 잘못 뽑은 것도 인사 검증이 실패한 것이므로 경영 미숙의 범주에 속한다.
일부 사업자들은 해외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원칙을 준수하는 반면 국내 기업은 자주 바뀐다며 불평하고는 한다. 분명한 것은 한국 기업이든 해외 기업이든 잘 굴러가기만 한다면 굳이 변화를 줄 필요가 없으므로 원칙으로 정한 것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반면 변화와 수정이 필요한 시점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위기를 겪는 해외 기업도 적지 않다. 이들 기업의 지사장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것은 한국의 문화나 시장의 특성에 대해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듣는 귀가 없으면 세상이 돌아가는 형편을 알 길이 없다. 있던 길도 없어지고, 없던 길도 생기는 게 세상이다. 귀 닫고 눈 감고는 아무리 넓은 길이라도 제대로 갈 수가 없다. 명색이 해외 기업이고, 나름대로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환상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환청만 듣게 된다. 정신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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