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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남의 일이 아닙니다

  • 정해미 기자
  • 기사 입력 : 2024-10-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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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19일 2023년도 등록장애인 현황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등록장애인은 264만 2,000명으로, 2023년 한 해 동안 새롭게 등록된 장애인은 8만 6,287명이었습니다. 이로써 전체 인구 대비 등록장애인은 5.1%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좀 더 상세히 살펴보면 장애유형별로 ▲지체 장애(43.7%) ▲청각 장애(16.4%) ▲시각 장애(9.4%) ▲뇌병변 장애(9.1%) ▲지적 장애(8.7%) 순으로 나타났으며, 장애유형별 비중의 변화 추이를 보면 지체 장애와 뇌병변 장애는 감소세를 보인 반면, 청각 장애와 발달장애(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는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인구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장애 연령의 추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등록장애인 중 65세 이상의 비율은 2014년 41.4%에서 2020년 49.9%를 거쳐 2023년에는 53.9%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라 생각할 뿐 독립적인 정보기술의 사용자라는 인식은 매우 희박한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한 법, 제도, 표준화에 대한 노력을 지속해 왔음에도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은 여전히 멀기만 합니다. 기업들은 연일 ESG 경영에 대해 이야기하며 환경 관리, 사회적 책임, 투명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사회적 책임 안에 장애인의 권리와 정보 접근권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장애인은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수도 있고,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교육은 전무한 것이 사실입니다. 

얼마 전부터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온 ‘키오스크’의 사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용자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키오스크’ 역시 장애인들에게는 친절한 기기가 아닙니다. 26개 업종 키오스크 1,002개 중 648개(64.7%)에 음성.점자표시 등 시각 장애인을 위한 편의 기능이 없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2022년)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일찍이 이러한 사실을 간파하고 스마트폰, 키오스크, 전자책과 같은 전자 기기를 일종의 ‘장벽(Barrier)’으로 규정하고, 2019년 EU 이사회를 통해 ‘유럽 접근성 법(EAA)’을 승인한 바 있습니다. 장애에 따라 차별받는 게 아닌, 모든 사람이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이지요.

최근 국민의힘 김예지 국회의원은 화장품 용기와 포장 또는 첨부문서에 제품과 관련된 정보를 점자를 포함한 음성과 수어영상변환용 코드로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이미 지난 21대 국회에서 표시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의무 규정이 아닌 관계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직접판매업계는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입니다. 또한 2023년 직접판매공제조합의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50대 이상 판매원의 비중이 55%(50대 31%, 60대 이상 24%)로 과반수가 넘을 만큼 고령층이 활발히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곳이기도 하지요.

화장품에 대한 정보를 제품 포장의 전면에 표시했다 하더라도 시각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령층에서는 깨알같이 작은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올바른 사용법을 숙지하기 어렵다는 토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시각과 청각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답답함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겠지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코드에 넣어 제품 용기에 표시하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시력 약자나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도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접근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화장품 용기에 점자를 표기하려면 포장재의 비용이 상승하고, 이것이 제품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는 기업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부분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 부분은 경제성의 논리로 따질 부분이 아닙니다. 기업들은 제품을 생산하거나 기술 기준을 수립할 때 그 수요자로서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다양한 대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들이 이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지고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누구에게나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장애인은 나를 비롯해 내 가족, 가까운 지인 등 누구라도 될 수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하는 성공이 아니라면 업계의 미래도 그리 밝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해미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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