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라봉봉’과 ‘이인상’
라봉봉도 이인상도 대구 수성구의 빵집 브랜드다. 맛이 똑같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브랜드를 비교하자면 라봉봉의 빵은 좀 작은 듯 한데 가격이 높은 편이고, 이인상의 빵은 큰데 좀 저렴하다는 느낌이 든다. 정리하면 라봉봉은 작고 맛있는 빵을 비교적 높은 가격에, 이인상은 크고 맛있는 빵을 비교적 저가에 판매한다.
두 업체가 딱 붙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위의 설명만 본다면 두 브랜드는 경쟁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크고 맛있는 빵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꽤 많은 주부들이 라봉봉을 선택한다.
라봉봉은 좀 비싼 듯 하지만 약 10%를 적립해주고 이인상은 분명히 싸기는 하지만 약 3% 정도를 적립해준다. 다단계 방식으로 설명하면 수당 지급률이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또 이인상의 경우 ‘수당을 받기 위한 조건’이 있다. 5,000점 이하는 사용할 수가 없다. 크고 맛있는 빵을 싼값에 판매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이러한 규정이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라봉봉은 포인트가 몇 점이 쌓이든 바로 사용할 수가 있다.
포인트 사냥꾼이 아닌 주부들도 포인트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가격 대비 품질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만약 이들 빵집에서 10만 원 이상씩 구매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또 소비활동으로 발생한 포인트를 현금으로 지급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라봉봉의 경우 1만 원 상당의 포인트가 쌓인다. 이인상의 경우라면 3,000원이 발생할 것이다. 라봉봉의 회원이라면 10만 원어치 빵을 사고 현금 1만 원을 돌려받는다. 이인상의 경우라면 20만 원 가까이를 구매해야 약 6,000원 정도의 현금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빵을 10만 원씩 구매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좀 억지스럽기는 해도 ‘포인트’가 사업이 되기 위한 조건을 설명하려다 보니 두 빵집을 비교하게 됐을 뿐이다. 그러니까 소비자도 포인트를 많이 주고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업체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업자의 경우에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소비에 주목하는 주부라면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언제 주든 상관없이 크고 맛있고 싼 빵을 구매할 것이다. 그러나 소득에 주목하는 주부라면 비슷한 정도의 맛이라는 걸 전제로 한다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더 많이 주는 빵집을 찾을 것이다.
다단계판매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업을 염두에 둔다. 적극적인 사업자가 아니라고 해도 자신의 소비와 소개가 어떻게 소득으로 연결되는지, 얼마나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겉으로는 관심 없는 척해도 내심은 다만 몇 푼이라도 캐시백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다.
인지상정이라는 말은 ‘사람이 가지는 일반적인 감정’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다단계판매와 관련된 법률과 그 외의 각종 규정들은 이 인지상정에 위배되는 게 많다. 인간의 모든 욕망을 허용한다면 그것은 법이라고 할 수도 없을 테지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을 거스르는 법 또한 온당한 법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관련 법이 생기고, 사적자치 영역에 대한 부분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정이 생긴 후부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비난해 온 것도 인간의 일반적이고 보편타당한 감정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지속적인 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속적인 부가 유지돼야 한다. 정답은 아닐지라도 가장 유용한 힌트가 ‘라봉봉’과 ‘이인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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