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다단계판매의 토양 다시 다져야 할 때
미국 다단계판매기업이 연쇄적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가장 최근 뉴스킨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제휴마케팅을 도입한다고 밝혔고, 지난 9월 1일 로단앤필즈를 시작으로 세인트, 비치바디가 다단계판매사업을 접고 제휴마케팅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했다. 유사나, 포라이프, 포우트리, 파티라이트, 벨라메 등의 기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다단계판매와 제휴마케팅을 병행하고 있다.
제휴마케팅은 다단계판매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마케팅 방식 중 하나다. 이는 개인이 온라인 상에서 특정 회사의 제품 등을 홍보하고 판매하면 15~20%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인플루언서, 전자상거래, 블로그, SNS 등에 링크를 올리고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다수의 미국 기업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제품을 등록하고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플랫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대략 초기비용 1,000달러, 매달 기술 유지비 80달러, 카드수수료·물류비 등으로 매출액의 15%를 내야 한다.
사업자들에게 매출액의 40~50%에 달하는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현재도 제휴마케팅으로 전환하거나 병행을 고려하는 기업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사업모델의 도입이 사업자들의 판로를 좁히고 이익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몇몇 기업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피엠인터내셔널, 매나테크, 리브퓨어, 니오라 등의 최고경영자들은 “우리는 계속해서 다단계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내면서 사업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자들을 통해서만 발생하는 매출로는 더 이상 회사를 유지할 수 없는 기업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예컨대 우리 돈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왔을 만큼 미국에서 저명한 뷰티기업으로 알려진 로단앤필즈의 경우 비교적 해외 시장 개척에 소극적이었고 이러한 점이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로단앤필즈의 신용등급을 가장 낮은 C로 내렸고, “로단앤필즈의 매출이 2021년 8억 7,000만 달러에서 올해 6억 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단앤필즈의 제휴마케팅 도입은 그야말로 궁여지책이었던 셈이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던 이유는 온라인 재판매의 물꼬를 터주는 행위와 같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재판매 문제로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지만 이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정면돌파라는 전략을 택했고, 한국은 여전히 이를 금지하려는 추세이며,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이 온라인 재판매를 강력하게 금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온라인 재판매는 단순히 금지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온라인 재판매를 금지하는 이유는 가격이 무너진다는 점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제이론으로 본다면, 제품의 가격이 내려가는 이유는 공급이 과잉돼서다. 반대로 공급량보다 소비량이 많으면 가격은 올라가게 된다. 온라인에서 정상가보다 저렴하게 팔리는 제품의 가격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온라인 판매를 장려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다단계판매의 경우라면 말이 달라진다. 과잉 공급된 물량을 해소하더라도 보상플랜을 바꾸지 않는다면 공급과잉 현상은 지속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산이 빠른 일부 사업자들 때문에 보상플랜을 바꾸기도 어렵다는 게 업체들의 토로다. 온라인 재판매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기업이나 사업자 중에서 누군가는 한발 물러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결국 온라인 재판매 문제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만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 기업들이 잇따라 제휴마케팅을 도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제휴마케팅의 경우 제휴사들의 판매실적이 사업자들에게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업자들이 제휴사, 소비자 등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선행돼야 제휴마케팅으로 거둔 수익을 사업자와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단계판매라는 유통방식은 하방 확장성이라는 특성을 통해 굵직하고 커다란 벽돌로 쌓아 이른 시간에 높은 탑을 쌓았지만, 작은 변화와 미세한 진동에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제는 진동을 묵묵히 받아내면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작은 벽돌로 다단계판매산업을 촘촘히 쌓아 올려야 할 때다.
지금의 사업방식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현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방식이다. 약 30년 전의 방식으로 지금까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지만, 이제 비옥했던 다단계판매의 토양은 점점 메말라 가고 있다. 새로운 영양분을 공급해 더 높게 자라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단계판매의 토양을 다시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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