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타는 레드오션 다단계
올해 연말과 내년 초를 기해서 다수의 신규 다단계판매업체가 새로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업체가 들어온다는 것은 당연히 반기고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과연 이들 업체들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낙관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금 영업 중인 거의 모든 회사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마당에 새로운 업체가 생긴다는 것은 그나마 회사를 건사해오던 회원들이 떠날 수도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신규업체들이 비장의 무기를 들고 와 기존의 판매원이 아닌 새로운 고객층을 형성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천편일률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도록 하나 같이 화장품과 건강식품, 일부 생필품을 론칭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연말연시의 다단계판매 시장은 그야말로 불타는 레드오션이 될 전망이다.
또 한 가지 신규업체들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는 판매원 조직을 이끌어갈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다단계판매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선점이기는 해도, 능력 없이 줄만 일찍 서서는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가 없다.
다단계판매는 제품만 좋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상플랜이 좋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제품과 아주 나쁘지 않은 보상플랜을 갖고 있어도 어떤 리더가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서 성패는 결정 나게 된다.
지금은 건강식품과 화장품 그리고 생필품의 품질이 전 세계적으로 대동소이한 시대다. 가장 좋은 제품이 100점 만점에 99점이라면 가장 못한 제품도 95점은 된다는 말이다. 판매원 수당 역시 한국에서는 가장 많이 줘봤자 매출의 35%를 넘기지 못한다. 도긴개긴이라는 말이다. 이 엇비슷한 조건을 탈피해서 성장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뛰어난 리더 사업자를 초빙해야 한다. 리더 사업자를 선택할 때 경영자나 오너들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오류는 ‘만만한’ 사람을 대표 사업자나 1번 사업자에 기용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다루기 쉽다는 장점은 있어도 조직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만만한 사람 아래 만만하지 않은 실력자가 들어올 가능성은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또 하나 저지르기 쉬운 오류는 오너나 경영자의 친인척, 지인 등을 상위에 포진시키고 그 아래로 리더를 배치하는 것이다. 실례로 모 업체의 경우 오너가 1번을 차지하고 납품업체 관계자들이 차례로 가입한 다음 판매원 조직을 꾸렸다고 한다. 회원들이 그 사실을 모르는 동안에는 회사가 굴러가겠지만, 그러한 치졸한 비리가 발각된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겠는가.
업계에 들어오는 회사들은 엇비슷한 수준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와 확신으로 충만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돌지는 않는다.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매출의 80%를 점유하고 있고, 20위까지 확대하면 나머지 1~5,000억 원 시장을 두고 100개가 넘는 기업들이 피 터지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말이다.
다단계판매업체가 취급할 수 있는 제품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취급하는 제품 가격 또한 그에 준해 확대하지 않는 이상 다단계판매 시장은 핏물 흥건한 붉은 바다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청운의 꿈을 품고 출사표를 던진 신규업체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업계 현황에 걸맞는 정책을 수립해서, 아주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정직하고 성실한 리더를 세우지 않는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벼랑과 직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투를 빈다.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OP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