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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판법 시행령 개정안은 미봉책” 비판

  • 두영준 기자
  • 기사 입력 : 2024-12-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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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보상플랜 변경 통지 의무 면제’ 왜 빠졌나?

방문판매법 시행령 개정안이 내년 6월 시행될 예정이지만,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기준 변경(보상플랜)’ 통지 의무 면제 조항이 최종안에서 제외되며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3년 만에 가격상한선을 40만 원 올린 것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산업을 규제의 틀에 가두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코로나 발생합니다” 3개월 전에 예고하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4월 24일부터 6월 3일까지 개별재화 가격상한을 16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상향하고, ‘일시적(예: 1년에 30일 이내)’으로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기준을 변경할 경우 통지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을 포함한 방문판매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기준(보상플랜)’은 다단계판매업자가 판매원 후원수당의 지급을 위해 정한 실적 기준으로, 이를 변경할 경우 3개월 이전에 판매원들에게 고지해야 한다. 다만, 1+1 등 단순한 제품 할인은 고지 의무가 없다.

현행법은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기준 변경 시 판매원 전원의 동의를 받거나 모든 판매원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3개월 전에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판매원의 수가 적은 신규업체가 아니라면, 일시적 판촉 행사 등을 시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1월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최종 개정안에서는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기준 변경 통지의무 면제 조항이 제외됐다. 판매원 보호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체들이 일시적인 변경을 통해 프로모션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규정 자체는 일시적인 프로모션 할인 행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기준의 변경으로 명시되어 있다”며 “판매원들이 의도치 않은 피해를 받을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이를 검토해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후원수당 기준이 짧은 고지 기간 이후 바로 적용되면, 판매원들은 소득이 어떻게 변화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워 가계 계획이나 재정 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러한 규정이 시장의 빠른 변화나 코로나와 같은 특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3개월 사전 통지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후원수당을 받지 않는 소비자 모두에게까지 동의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러한 의무는 다른 산업과의 시장 경쟁에서 스스로 손을 묶으라는 요구다. 단기적인 프로모션은 판매원들에게 실질적인 수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인데 이를 제한하는 것은 판매원에게도 손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나 사회적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다. 코로나 같은 상황을 3개월 전에 예상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비하려 해도 법적 제약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글로벌 차원의 프로모션에서 한국 지사가 제외되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한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은 즉각적인 글로벌 차원의 프로모션이 진행되더라도 한국은 3개월 뒤에 할 수 있어서 사실상 글로벌 프로모션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개별재화 가격제한 철폐해야”
업계는 개별재화 가격제한 조항 역시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하지만, 오히려 시장 자율성을 훼손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다단계판매의 본질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자유로운 거래에 있는데, 가격상한선은 이 자연스러운 거래를 인위적으로 제한해 소비자 선택권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재화 가격상한선은 1995년 100만 원, 2002년 130만 원, 2012년 160만 원으로 순차적으로 인상되었으며, 이번 개정안이 내년에 시행되면 13년 만에 40만 원이 추가로 인상되는 셈이다.

공정위는 개별재화 가격상한을 200만 원으로 올린 것에 대해 “2012년 개정 이후 유지됐던 160만 원 수준의 가격제한에 대해 최근의 급격한 물가상승 등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직접판매공제조합,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등 업계 유관단체와 업체 관계자들은 적어도 300만 원까지는 가격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개별 상품의 가격에 제한을 두더라도, 세트상품으로 판매하면 이 규정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다양한 제품군을 취급하려면 해당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통신상품을 주력으로 했던 씨엔커뮤니케이션이 지난 11월 30일 직접판매공제조합과의 공제계약이 해지되면서 다단계판매 영업을 종료했다. 이 업체의 2023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40% 감소한 100억 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3억 원으로 나타났다.

2003년부터 영업을 이어온 씨엔커뮤니케이션이 다단계 사업을 종료한 것은 이동통신 3사가 다단계판매업체를 통한 통신상품 유통을 중단한 영향이 크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신 휴대폰 단말기 가격과 약정요금을 합치면 160만 원을 넘기지 않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15일 씨엔커뮤니케이션에 대해 160만 원을 초과하는 통신상품을 판매했다며 시정명령을 부과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단계판매는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는 산업 중 하나다. 해외에서는 가격 규제를 두지 않고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가격상한선 때문에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고가 제품군의 개발과 해외 진출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폐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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