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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DEI에 대한 고찰

  • 정해미 기자
  • 기사 입력 : 2024-12-0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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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 경영에서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사회’ 및 ‘지배구조’ 요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DEI란 조직 내에서 다양한 특성·배경 및 경험을 존중하는 문화(다양성, Diversity), 동등한 기회와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는 조건(형평성, Equity), 개인이 배제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 환경(포용성, Inclusion)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DEI 공시’란 기업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과 관련된 정책과 전략, 성과를 대외적으로 보고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ESG 및 지속 가능 경영 트렌드와 맞물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이해 관계자와 신뢰를 구축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부상 중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은 매출 기준으로 전 세계 500대 기업의 80%가 이미 다양성과 포용성을 기업의 주요 가치로 표방하고 있으며, 의도적으로 인력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DEI가 단순히 기업의 도덕적 의무를 충족하기 위한 것만이 아닌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수치로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이미 규제당국, 소비자, 직원이 기업의 DEI 실천 여부에 주목하고 있으며, DEI 성과는 기업 가치와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투자회사들이 DEI 관련 데이터를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을 원하는 기업이라면 DEI 가치에 기반한 경영활동과 관련 내용의 공시는 필수가 되어가는 추세입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DEI의 세계 시장 규모(직원 지원 그룹, 외부 파트너십, 교육 및 개발, 채용 등에 소요되는 예상 지출 규모)는 75억 달러(한화 약 10조 5,285억 원)로 추산되며, 2026년에는 두 배 증가한 154억 달러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결국 성공하는 기업은 모두 DEI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것은 꼭 필요한 요소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 및 인종적 다양성이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25% 더 높은 확률로 업계 평균 이상의 수익성을 기록했다는 보고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우리 업계는 DEI에 얼마나 민감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얼마 전, 저는 취재 차 ‘제22대 국회 K-뷰티 포럼 출범 세미나’에 참석한 바 있습니다. ‘글로벌 화장품 트렌드와 화장품 산업 현황과 미래’라는 주제로 정부와 업계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국내 화장품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논의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점은 ‘해외 수출 확대를 위한 제언’에서 언급된 화장품 분야의 ‘DEI 트렌드’ 였습니다.

주제 발표를 맡았던 연사는 “한국은 ‘윤광 메이크업’ 등 깨끗한 느낌의 스킨케어 제품을 통해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글로벌 고객들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고려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K-뷰티가 더욱 뻗어가기 위해서는 제품에 DEI 트렌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화장품에서 고객을 향한 DEI란, 소비자들의 다양한 인종, 피부 특성, 종교, 문화, 향과 색에 대한 선호, 나이, 환경 등에 대한 고려(다양성)와 개도국의 소비자, 저소득층, 소외 계층, 정신·신체적 제약이 있는 소비자 등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형평성), 다양한 배경의 소비자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뷰티 커뮤니티의 일원이라고 느끼게 만드는(포용성) 기술을 말합니다. 인종에 따라 피부의 색이나 상태가 다르고, 특정 종교나 문화권에 따라 사용을 지양하는 성분들이 다른데, 획일화된 기준에 맞춰 대량 생산되는 제품을 가지고는 더이상 글로벌 시장의 많은 고객들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실례로 글로벌 코스메틱 기업 로레알은 2023년 CES에서 ‘HAPTA’를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HAPTA’는 팔과 손의 움직임이 제한된 사용자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휴대용 메이크업 도구로 모든 사람이 메이크업을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발된 메이크업 어플리케이터입니다.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욕망은 모두 동일합니다. 

이처럼 DEI를 고려한 제품의 개발은 좀 더 넓은 시장, 좀 더 많은 소비자들을 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정체되어 있는 우리 업계에서 새로운 제품의 개발이란 한정적입니다. 이제 우리가 눈을 돌려야 할 곳은 성별이나 인종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신체적으로 불편함이 있어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으며, 모두가 글로벌 소비자의 일원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일일 것입니다. 모두가 똑같은 무기를 가지고 싸운다면 결과는 자명할 일입니다. 남들에겐 없는 무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정해미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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