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판매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으면서 중하위권 기업들은 성장이 아닌 생존에 목표를 두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SNS가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대규모 인원을 모으기가 어려워지자 몇몇 업체들은 도박에 가까운 홀덤 게임을 여는가 하면, 홍채 진단, 수지침, 사혈 등 불법 의료행위까지 불사하고 있다.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또 일부 유사수신 형 사업에서 성행하는 성형, 임플란트, 안과 시술 등 의료서비스까지 제공하겠다고 나서는 등 벼랑 끝에서 줄타기를 하는 분위기다. 2025년 새해부터는 다수의 후원방문판매업체들까지 다단계판매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경쟁은 더욱 과열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 지사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기업 ‘티엔스’, 회장이 직접 한국 시장 진출을 언급한 ‘샤크리’까지 가세하면 한정된 시장에서 혈투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기업 완메이 역시 한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홀덤 게임, 홍채 진단, 수지침, 사혈까지 홀덤은 해외에서는 스포츠로 인정받는 사례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도박으로 분류된다. 업계의 관계자는 “일반적인 포커게임과는 달리 최대 23명까지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다단계판매업체에서 회원을 모으는 방도로 활용됐을 것”이라며 “게임만 한다면 모르지만 참가자 사이에 실제로 돈이 오가거나, 고액의 상금을 건다면 말썽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홀덤 게임을 개최했거나 개최를 검토한 기업의 관계자에 따르면 “게임만 한다면 큰 무리도 없고, 이런 재미에 회원들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나 상금을 걸어달라는 요구를 수용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홀덤과 관련된 또다른 업체는 “상금 대신 우리 제품을 제공할 예정이었는데, 그 제품에 대한 환전을 요구하는 바람에 지속할 수가 없었다”며 “한 사람이 아쉬운 시점이라 사람을 모을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최근 의료서비스를 접목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본격적인 시행에 나섰다. 일정 수준 이상 매출 실적을 충족하거나 직급을 달성할 경우 제휴한 의료기관을 통해 각종 시술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 판매원은 “새해부터 줄기세포 시술이 재생의료 범주에서 가능해져 이 수요를 우리의 비즈니스와 연결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나이가 들면 주름 개선이나 노안, 백내장, 임플란트 등이 필수인 시대이기 때문에 의료서비스만 잘 활용하면 회사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체는 한국에서의 홀덤이 불법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자 카드게임이 성행하는 베트남에서 대회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 회사의 사업자들은 최근 홍채 진단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채 진단은 확대한 홍채의 모양을 근거로 질병 유무를 판단하는 행위로 주류 의료계에서는 과학적,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는다. 홍채 진단을 받은 사람 중에도 그럴듯하다는 사람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사람이 뒤섞여 있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태다. 이 회사의 판매원은 “홍채 진단을 하는 날에는 매출이 좀 나오지만 그냥 말로만 해서는 제품이 판매가 되지 않는다”며 “솔직히 좀 위험하기도 하고 누가 신고할까봐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주네스는 일방적 전산 폐쇄 한국 재진출설로 관심을 모았던 티엔스는 중국기업답게 급할 게 없다는 모양새다. 이 업체는 한국인들이 중국기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해 미국지사나 싱가포르지사를 통해 진출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티엔스 외에 완메이, 오리플레임 등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되지만 세계적으로 직접판매 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어 한국 진출을 계획하더라도 한국인의 급한 성격을 충족할 만큼의 속도는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그린웨이와 합병이 결렬된 이후 벨로비타에 재매각된 주네스가 일방적으로 전산을 폐쇄하는 바람에 일부 한국 사업자들이 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외기업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인 영향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리더 사업자는 “전산이 열리지 않는 것도 큰 문제지만 일방적으로 제품 공급을 중단하는 바람에 거의 15년간 사업을 해오면서 구축해놓은 소비자들을 모두 잃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직접판매공제조합에 문의했지만, 조합은 청약철회 거부 등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는 역할에 한정돼 있어 사업자를 위한 별다른 조치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조합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로 알려져 있지만, 사업자들을 보호할 추가적인 체계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주네스 사태는 회사 측의 전산 폐쇄와 수당 미지급, 제품 공급 중단 등으로 인해 판매원들과 사업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네스가 일방적으로 전산을 폐쇄하고 수당을 미지급했으며, 전직 지사장이 급여 문제로 가압류까지 진행한 상황에서도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주네스의 내부 경영 관리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의 종사자는 “주네스의 행위는 불법 코인업체와 다를 바 없다”면서 “전산만 폐쇄하면 한국의 판매원들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제조합에 가입한 회사라고 해서 판매원이 못 받은 수당을 받을 수 없는데 반해, 임직원은 가압류 등을 통해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는 대조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사업자들이 핵심 역할을 하는 구조에서 소비자와 임직원 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직접판매공제조합 관계자는 “공제조합은 법적으로 청약철회에 따른 대금 환급을 보증하며, 소비자나 판매원이 환급을 받지 못할 경우 이를 대신 보상한다”며 “판매원의 수당이나 임직원의 급여 미지급은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종점 같다…불황일 뿐, 엇갈린 진단 전체적으로 소폭 상승했던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한국의 다단계판매업계 매출은 2017년 무렵부터 사실상 보합세를 보이거나 점진적으로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아직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2024년도 매출 역시 10%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여 ‘종점’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다단계판매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는 지경”이라면서도 “매출이 더 떨어질 이유는 많은데 성장할 이유는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성 없는 방문판매법이 가장 큰 장애물인데 법이 바뀔 거라고는 기대할 수 없고, 공제조합의 공제규정은 법보다 엄격해서 기업 경영을 침해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가장 많은 업체들이 몰려 있는 서울시의 담당 부서 또한 반기업적인 정서가 팽배하기 때문에 이제 다단계판매업은 사양산업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에 공탁금을 걸고 영업하던 시절에는 무려 700여 업체가 활발하게 경쟁하면서 호황기를 보냈다”고 기억했다. 그는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공제조합은 소비자피해보상을 위한 단체라는 걸 강조하는데 소비자피해보상만을 생각한다면 공탁금만 걸어도 충분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규정도 좋고 계도도 좋은데 일단 살아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며 “공정거래위원회, 공제조합, 서울시 등등 우리 편은 하나도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미래를 낙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모 업체의 리더 사업자는 개인적인 경험이라는 것을 전제로 “전체적인 경제가 호황일 때도 내 사업은 엄동설한이었던 때가 많았다. 반면 다 불황이라고 할 때 내 사업이 승승장구하기도 했다”며 “다단계판매뿐만이 아니라 사는 것 자체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유행이 급변해도 먹고 사는 행위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며 “기본에 충실하면서 꾸준히 해나가야 호황이 왔을 때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