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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베끼기는 공멸의 지름길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4-12-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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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식품업계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미투 마케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투 마케팅은 성공한 브랜드나 제품의 콘셉트를 따라 비슷하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처음 시장에 진입할 때 연구개발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미 형성된 시장에 무임승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국내에 미투 마케팅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1974년 오리온이 출시한 초코파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경쟁사들이 유사한 제품을 쏟아내면서 부터입니다. 당시 오리온은 ‘초코파이’ 대신 ‘오리온 초코파이’로 상표 등록을 하는 바람에 ‘초코파이’의 상표권을 인정받지 못해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죠. 2014년에는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큰 인기를 끌자 약 40개의 유사 제품이 시장에 출시됐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런 미투 마케팅은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선택지입니다. 제품 개발 비용이나 홍보 비용도 절감되니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죠. 하지만 전체 시장에는 역기능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선 이처럼 손 쉬운 방법이 있으니 신제품 개발에 투자를 하지 않게 됩니다. 기업이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더 높은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지 않으면 당연히 연구개발 의욕이 감소되고 직원들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하지 않게 됩니다. 더구나 베껴버린 제품이 오리지널 제품보다 더 인기를 얻게 되면 연구개발에 투자하던 기업도 이를 멈추고 모방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는 시장 전체의 제품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런 ‘베끼기’나 ‘모방’은 식품업계뿐만 아니라 어느 업계에서도 흔하게 사용합니다. 경쟁사의 성공을 가만히 두 손 놓고 볼 수 있는 경영진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장에 후발 주자로 진입한다면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명분으로 베끼기나 짜깁기를 서슴치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투 마케팅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습니다. ‘벤치마킹’과 ‘모방’은 완전히 다른 의미입니다.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미 성공한 사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우리는 벤치마킹이라고 하죠. 벤치마킹은 시장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자신의 기업에 적용시켜 성과를 내는 전략적인 과정입니다. 이미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이를 자신의 기업에 적절하게 녹여내 더욱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개발한다면 이는 훌륭한 벤치마킹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미 성공한 기업의 제품이나 마케팅 전략 등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단순한 베끼기나 모방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분석하고 연구하려는 의지도 없고 단순히 남의 물건을 그대로 훔쳐온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직판업계도 이런 베끼기 관행이 만연해 있습니다. 이전에도 있었지만 시장은 한정돼 있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만연해진 것 같습니다. 보상플랜이야 바이너리, 유니레벨, 브레이크어웨이 등 몇 개 방식 밖에 없어 비슷하다지만, 인기 제품이 하나 나오면 너도나도 비슷하게 만들어서 판매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 업체 대표는 “베끼기가 도를 넘고 있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모 업체가 제품 구성, 보상플랜에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사업 설명까지 회사명만 다르지 자신들이 하는 모든 것을 그대로 베껴갔다는 겁니다. 인터넷에 올린 사업설명회 동영상을 보고 자신의 회사에서 사업설명회 전에 하는 체조까지 똑같이 따라했다며 혀를 차더군요. 

한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이나 어느 업계든 성공한 장수 기업의 조건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입니다.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인간의 삶을 망라한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창조는 시대와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습니다. 물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하기 힘든일입니다. 시장에 이미 성공 사례가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며 성공 확률도 희박합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합니다. 

지금 직판업계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기업들이 자신들보다 먼저 성공한 기업들을 그대로 베꼈을까요? 비슷한 보상플랜, 비슷한 제품군이지만 시간을 들여 제품을 재해석하고 보상플랜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표절(剽竊)은 ‘빠를 표’에 ‘훔칠 절’을 사용합니다. 풀어보면 ‘도둑질하다’라는 뜻이죠. 이미 성공한 기업이나 제품이 왜 성공했는지 조금의 고민도 없이 그대로 베껴서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에 과연 사업자를 위한 제대로 된 시스템이나 철학이 있을까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직판업계에서 벤치마킹과 베끼기의 구분도 모르고, 넘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선’도 지키지 못하는 기업이 자꾸 나온다면 시장의 질서는 한순간에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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