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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뭐라도 해봐야 산다

  • 기사 입력 : 2024-12-1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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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은 코미디로 끝났지만 다단계판매업계의 불황은 그리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모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고, 굳이 사람을 만나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분석한다.

그러나 세태가 그렇고 또 세대가 그런 걸로 받아들였던 상식에 균열을 내는 일이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한 집회에는 중고생부터 100살에 가까운 노인들까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참가하는 등 본인이 관심을 가진 분야라면 지역도 추위도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결국 다단계판매업계의 사업설명회나 크고 작은 행사에 인원동원이 되지 않는 것은 세대와 세태의 문제가 아니라 흥밋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왜 한두 곳도 아니고 거의 모든 다단계판매업체들이 사람들을 모으지 못해 고민하기에 이르렀을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많은 업체들은 20년 전, 30년 전에 이고 지고 다니면서 판매하던 방식을 지금까지도 고수하고 있다. 여전히 자동차 트렁크에는 각종 세제류와 화장품, 건강식품이 실려 있고 만나는 사람마다 거품을 물고 제품 자랑에 열을 올린다. 

당연히 다단계판매의 기본은 입소문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소비자들은 판매원 자신이 소속된 회사의 제품에 대해 내는 입소문이라면 평가절하하는 경향을 보인다. 각종 SNS만 보더라도 기업으로부터 제공을 받거나 협찬을 받은 제품에 대한 입소문(댓글)보다는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 제품에 대한 리뷰를 훨씬 더 신뢰한다. 좀 냉정한 시선으로 보자면 사업자들의 리뷰 즉, 홍보가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좀 과장하자면 이 급변한 세태를 돌파할 묘안을 찾아내는 것에 기업의 사활이 걸려있고 다단계판매업계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업계에는 과거에 유행했던 대체 의학으로 돌아가는 장면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홍채 진단을 하고, 손바닥에 침을 놓고, 심지어는 사혈까지 불사한다. 굳이 따지자면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셈인데 해당 판매원들의 절박한 사정을 들여다보면 불법이네 합법이네 따질 계제는 아닌 것 같다. 권장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묵인은 해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먼저 생긴다. 

이제는 정말 뭐라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아무리 상위권 업체들이 그나마 살 만하다고는 해도 그것은 기업의 이야기이지 판매원의 이야기는 아니다. 회사와 상위의 사업자들이 배부르다고 해서 하위의 판매원까지 배부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하위의 판매원이 생계에 굴복해 손을 들고 떠나면 중위의 판매원은 저절로 붕괴되게 마련이다. 이것은 마치 도미노와 같아서 한 번 균열이 난 건물은 언젠가는 무너지고 마는 것처럼 기업 또한 붕괴라는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너나 할 것 없이 지갑을 닫는 현실에서 어떡해서든 기본적인 생계비라도 마련하기 위해 분투하는 그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우리 업계에서는 조금만 불법으로 눈을 돌려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불법이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만 불법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규제도 상황에 맞춰 완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사람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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