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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화장품 공습에 설 자리 좁아진다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5-01-0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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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에 치이고 ‘가성비’에 밀리고 네트워크 마케팅의 우울한 현실 <2>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은 네트워크 마케팅 산업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제품군이다. 산업 초창기에는 암웨이, 허벌라이프, 뉴스킨 등 외국계 회사의 제품이 시장을 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제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의 제품들의 입지가 확 줄어들고 있다. 침체의 늪에 빠진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주력 제품군인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시장에서 잃어버린 경쟁력 회복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다이소, 올리브영에 편의점까지 가세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분석한 2024년 화장품 트렌트 키워드는 ‘가성비’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자 소비자들은 가성비가 뛰어난 상품과 유통 채널을 찾아 나섰다. 이런 트렌드를 등에 업고 화장품 주 구매 채널로 급부상한 것이 다이소다. 

2009년부터 화장품을 판매한 다이소는 최근 다른 유통 채널과 비교해 약 20%의 가격에 기능성 화장품을 내놓으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리들샷’ 등 일부 제품은 품절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젊은 세대는 가성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해 10대 21.6%, 20대 11.8%가 다이소에서 뷰티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2024년 다이소 화장품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2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매출 3조 8,682억 원을 기록했던 올리브영은 2024년 4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리브영은 현재 우리나라 화장품 유통 채널의 절대 강자다. 

올리브영의 타깃 소비자층은 2030 여성이다. 이를 위해 매년 가성비 좋은 트렌디한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2030 여성이 주 타깃인 만큼 가성비에 접근성까지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다른 화장품 유통 업체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홀로 매장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246개에서 2023년 1,338개로 오프라인 매장이 오히려 늘었다. 

가성비가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로 떠오르자 쿠팡, 무신사,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GS25, CU 등 편의점도 가성비와 편의성을 갖춘 실속형 화장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GS25는 메디힐, 듀이트리 등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기초 화장품부터 색조 화장품까지 ▲저렴한 가격 ▲고품질 ▲소용량 ▲편리성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상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CU도 스킨케어 브랜드 엔젤루카와 협업을 통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한정된 소비층 브랜드력으로 승부해야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에서 4050 여성은 전통적인 화장품 주 소비층이었다. 그동안 MZ세대로 소비층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런데 가성비가 화장품의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의 소비층 확장은커녕 유지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그동안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는 제품의 독창성, 고품질을 앞세워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화장품을 주로 판매했다. 판매원들에게 높은 수익 분배 구조를 제공하기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병풀을 앞세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리만코리아의 ‘인셀덤’, 애터미의 프리미엄 화장품 ‘앱솔루트 셀랙티브 스킨케어’ 등이 네트워크 마케팅 화장품의 체면을 어느 정도 세워줬지만, 가성비 트렌드가 지속될수록 4050 여성이라는 한정된 소비층에 기댄 화장품 시장 파이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다시 더마코스메틱, 코스메슈티컬 등을 앞세워 프리미엄 기능성 화장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려는 업체들도 있다. 하지만 이 시장도 이미 피부과 의사들과 동국제약의 ‘센탈리안24’를 필두로 한 제약 브랜드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네트워크 마케팅업체들의 화장품이 프리미엄을 앞세우기에는 피부과, 제약 브랜드에 비해 부족하고 이커머스, 편의점 등이 공산품에 비해 부피는 작지만 객단가는 높은 화장품에 관심을 기울이며 가격 경쟁력도 상실해 버린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네트워크 마케팅의 성패는 사업자들의 역량에 의해 판가름 난다. 그래서 아직도 업체들은 대표 사업자를 필두로 사람 영입에 목을 맨다. 그렇지만 무턱대고 사업자를 영입한다고 무조건 사업이 잘되는 것도 아니며 예전처럼 새로운 업체가 오픈했다고 사람이 몰리지도 않는다. 현실을 냉정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네트워크 마케팅업체들이 화장품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브랜드력’을 갖춰야 한다. 브랜드력에 대한 이해는 현재 화장품 산업을 분석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브랜드력이 없는 제품은 화장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뉴스킨의 ‘에이지락’, 리만코리아의 ‘인셀덤’, 애터미의 ‘앱솔루트’ 등은 이런 브랜드력을 앞세워 네트워크 마케팅 화장품 시장에서 롱런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별한 브랜드력이 없는 상태에서 초기 투자 비용이 저렴한 ODM 화장품만 만들면 ‘프리미엄’도 ‘가성비’도 없는 이도 저도 아닌 제품일 뿐이다. 

이에 대해 한 사업자는 “화장품은 유행에 민감하다. 이제 우리 업계도 가성비와 프리미엄 사이에서 그리고 사업성 측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며 “철 지난 ‘한방’이나 과일 화장품 등을 기계적으로 출시해봐야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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