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바닥을 치면 다시 성장한다
올해도 다단계판매업계의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잠시 보복 소비 심리 속에 경기가 반짝 살아나는 듯 했으나, 너무 많은 자금 유동성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금리 인상을 지속적으로 단행했고, 이는 결국 내수 경기침체와 소비축소를 유발했습니다. 다단계판매업계도 이런 불황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지난 2023년 다단계판매업계의 매출액은 4조 9,606억 원으로 2020년 이후 3년 만에 5조 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후원수당 총액도 전년 대비 10%가량 감소했습니다. 지난해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라는 말처럼 2023년 대비 약 10% 정도 더 떨어졌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상황은 올해도 딱히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매출이 약한 중소업체들은 곡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제반 여건은 악화되는데 딱히 이렇다할 해결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단계판매가 마이너스 성장에 빠진 이유로 경기침체보다는 코인, 유사수신 등 불법 업체들로 사업자들이 많이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합니다.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다단계판매나 코인, 유사수신 등의 불법 업체 모두 자유경제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단계판매는 수많은 규제에 둘러싸여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업자에게 불법 업체들만큼 돈을 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코인, 유사수신 등 불법 업체들과의 경쟁이 최근에 나타난 현상은 아닙니다. 다단계판매는 국내에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형태는 다르지만, 각종 불법 금융피라미드와 경쟁해왔습니다.
이들이 사업자를 빼가기 때문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과거 다단계판매업이 급성장하던 시기를 되돌아보면 100%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얼마전 만난 업체 대표는 “과거나 지금이나 35% 수당 제한, 가격 상한선 등 불리한 것은 똑같다. 이런 네거티브 요소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요소다. 앞서가는 회사는 힘들수록 미래를 바라보고 대비하는 회사”라고 힘주어 말하더군요.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는 항상 일정하게 성장하지 않습니다. 성장하고 침체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처럼 경기가 확장→후퇴→수축→회복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변동하는 일련의 순환 과정을 우리는 경기순환이라고 말합니다.
국가 경제를 봐도 상승 국면일 때는 일자리도 늘어나고 기업 투자도 확대됩니다. 경제 규모도 커지게 됩니다. 반대로 하강 국면에서는 실업자가 늘어나고 망하는 업체가 늘어납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부분 산업군은 하강 국면의 정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다단계판매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군이 불황의 늪에 빠져있습니다.
이처럼 침체기에 빠진 상황에서는 다단계판매업계가 어떤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까요? 필자가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경제학에서는 이런 해답을 제시합니다. 바로 ‘창조적 파괴’입니다. 현대 경제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조셉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자본주의의 본질은 ‘혁신’이며, 이는 끊임없는 파괴와 창조의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고 정의했습니다. 한마디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 구조를 뒤집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등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다단계판매업의 불황을 단순히 코인, 유사수신 등 불법 업체들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이들 불법 업체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지만, 전체 시장 침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우리는 위기가 왔을 때 더욱 냉정하게 주위를 돌아보고 인과관계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사실 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최근 “소수의 조직이 매출을 띄우는 시대는 끝났다”라는 말을 종종 듣고는 합니다. 그동안 우리 업계는 몇몇이 ‘떴다방’처럼 우르르 몰려가 라인을 만들고 매출을 치는 형태로 성장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형태의 매출 신장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업체들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공유수당, 소비자 판매원 등입니다. 이전처럼 한방에 매출을 올리고 빠지는 영업 방식에 한계가 왔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합니다. IMF 외환위기로 대한민국의 경제가 흔들릴 때 신세계 이명희 회장은 미국의 월마트를 보고 창고형 마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이마트를 도입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 사람들이 백화점에 안갈 때 “경기가 좋아지겠지”라며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유통 형태를 국내에 선보이며 유통업계 1위에 올라섰습니다. 경기불황으로 사람들이 돈이 없어서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고 탓만 하고, 언젠가는 다시 과거의 호시절이 올 거라며 막연히 기다리는 업체에는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바닥을 치면 다시 오른다는 말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다시 오르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기 위한 절실한 몸부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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