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이스에 주목하라
정수기 갈바닉 의료기 매트 등등 중위권 업체 ‘버팀목’
화장품과 건강식품에 집중된 다단계판매가 벽에 부딪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을 비롯한 오픈 마켓이 유통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면서 화장품이나 건강식품을 가장 비싸게 구매하는 방법이 다단계판매업체의 공식 쇼핑몰에서 사는 거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많은 판매원들은 오픈 마켓에 즐비한 화장품과 건강식품보다는 그나마 경쟁이 덜 치열한 각종 디바이스쪽을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한국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한국암웨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 정수기 필터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약 6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약 710억 원, 2021년 약 670억 원 등 한국암웨이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1년 출시된 뉴스킨코리아의 ‘갈바닉’은 지금까지 약 91만 대, 약 6,9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3년 깜짝 10위에 올라 업계를 놀라게 한 비아블은 양수줄기세포배양액추출물이라는 콘셉트가 주효하기도 했지만, 해당 제품을 자동으로 분사해 주는 기능과 갈바닉 마사지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담음으로써 소비자의 전폭적인 선택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라라코리아(15위) 역시 라라소닉이라는 의료기가 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라라소닉과 엇비슷한 ‘라파’의 경우 하이리빙(16위)을 비롯 ACN코리아(22위), 지쿱(29위), 앨트웰(23위), 교원더오름(27위) 등 다수의 업체에서 매출 하락 저지를 위한 주요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앤알커뮤니케이션(14위)의 경우 휴대전화를 판매하면서 과거 다단계판매의 강자로 떠올랐다.
경영진 이슈로 인해 일부 리더급 회원들이 이탈하는 변화를 겪었으나, 2023년에는 통신상품으로 약 323억 원, 영어교육 상품으로 약 3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에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하이리빙이 한때 한국암웨이를 추격하며 국내 2위까지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온열매트였다. 지금도 라파가 약 58억 원, 멀티돔이 약 29억 원으로 하이리빙 매출의 1, 2위를 나란히 점하고 있다.
프리즘인터내셔널(20위)은 디바이스는 아니지만 기능성 속옷을 전문으로 취급하면서 약 29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과거 한국에 기능성 속옷 열풍을 불러왔던 앨트웰은 2023년 정수기 필터 매출이 약 100억 원, 그 뒤를 이어 기능성 속옷, 목걸이, 팔찌 등의 순으로 매출이 높다. 업계에서는 “앨트웰의 경우 20년 전에 팔아놓은 정수기에 필터만 공급해서 먹고 산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매력적인 디바이스의 힘을 어필한다.
한때 월 100억 원 매출을 달성하며 주목받았으나 일부 리더 회원들의 이탈로 조정을 거친 ACN 역시 알뜰폰(약 178억 원)과 라파(약 28억 원)가 매출의 대부분을 점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통신상품 등 디바이스의 가장 큰 장점은 인터넷을 통한 재판매 사례가 전무한 것”이라며 “건강식품이나 화장품이 주 품목인 일부 업체의 경우 경영자가 직접 유통업자들과 뒷거래를 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는데 신규 업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모 업체의 리더 회원 또한 “화장품과 건강식품의 경우 쿠팡과 경쟁해야 한다”며 “회원가의 절반 이하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많은 회원들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회사에서 화장품과 건강식품 외에 독특한 디바이스 제품이라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눈여겨봐야 할 분분은 상위권의 외국계 업체들의 경우 건강식품을 주무기로 삼고 있는 반면 중위권의 한국 업체들은 화장품과 디바이스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한 리더 회원은 “이것은 한국산 건강식품, 특히 종합비타민을 포함한 오메가-3, 칼슘 등등의 품질이 외국계 업체의 그것과는 경쟁이 안 된다는 반증”이라면서 “상위의 외국계 기업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소위 말하는 ‘블루오션’을 찾지 않고서는 기업의 생존조차 불투명한 시대가 됐다”고 우려했다.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OP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