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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칼럼> 일회성 괴롭힘도 직장 내 괴롭힘일까

  • 기사 입력 : 2025-02-0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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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된 지금,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행위 태양 또한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판단이 어려운 것은 괴롭힘 행위가 일회적인 경우이다. 경미한 일회성 질책, 부적절한 지시나 언급 등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까?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2023.4.)에서는 기본적으로 당사자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또는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이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부하 직원의 미숙한 업무처리에 화가 난 상사가 단 한 번 우발적으로 “내 이야기 들어, 이 새끼가”라고 욕설을 하였지만, 1회에 그쳤고 그 이후에는 존댓말을 사용한 점, 평소 감정적인 반말을 하거나 욕설을 한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외 의도적으로 부당한 압박을 하거나 괴롭히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서 직장 내 괴롭힘이 부정된 사례가 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5. 19. 선고 2022나63476 판결).

반대로 일회적이었지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사례도 존재한다. 비록 공개회의에서 1회 총괄업무 배제 조치를 언급하였을 뿐이지만, 총괄업무는 해당 직원의 본질적 업무에 속하는데 이를 일시적으로나마 배제하는 것은 큰 인사상 불이익을 가져오는 점, 징계위원회 등 절차를 거치기 전에 긴급하게 업무배제 조치를 할 필요성이 보이지 않는 점, 다른 직원들이 있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공표해서 나중에 이를 전해들은 근로자의 정신적 충격이 상당한 점을 고려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었다(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2023. 1. 12. 선고 2022가합10322 판결).

이처럼 일회적 행위에 대해서는 각 사례마다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가 갈리는 가운데 최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판정 기준에 지속성과 반복성을 추가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어 주목할 만하다. 직장 내 괴롭힘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 기존의 직장 내 괴롭힘 정의 규정만으로는 인정 여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고, 허위 신고로 인한 행정력 낭비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주요 이유이다.

실제로 5년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사건은 총 4만 3,446건이고 그 중 처리가 완료된 사건은 4만 2,957건인데, 이 중 개선지도(4,362건)·과태료(603건)·검찰송치(800건)가 이뤄진 것은 총 5,765건이다. 즉,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근로자 입장에서 가해자 또는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라고 할 만한 조치가 이뤄진 것이 전체 처리 사건 중 13.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법 위반 없음으로 처리된 건은 1만 2,805건으로 처리된 사건 중 30%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청에 접수되지 않고 회사 자체적으로 처리된 건들까지 고려하면 실제 신고 건수는 훨씬 더 늘어나겠지만 그래도 직장 내 괴롭힘의 인정 비율은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속성·반복성에 관한 논의는 학계에서도 꾸준히 제기되는 이슈인데다 고용노동부에서 용역을 통해 관련 보고서까지 제출받은 상황이고, 앞으로도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바 지속성·반복성을 포함해서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 또는 요건에 대한 개정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속성·반복성 요건이 추가될 경우 지금보다도 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기 어려워질 것이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단기간에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개정이 이루어져 지속성, 반복성 요건이 추가될 것인지 여부는 물론 고용노동부에서 제시하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기준에 대해서도 새롭게 정립되는 것이 있는지 귀추를 주목해 보아야 하겠다. 

 

 <이지윤 노무사>

- 노무법인 한국노사관계진흥원 · ☎ 02-3272-8005 · www.nosa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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