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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다단계판매에 대한 생각

  • 유승우 기자
  • 기사 입력 : 2025-02-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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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판매는 업체에 소속된 판매원이 다른 사람을 판매 조직에 가입시켜 연쇄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제품을 유통한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는 특수판매 방식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다단계판매는 상위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하위 단계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수익을 얻기 때문에 새로운 회원을 모집하는 점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며, 하방 확장성이라는 특성을 통해 규모가 큰 조직을 이른 시간 내에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빠르게 구축한 조직은 반대로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문제는 코인 등 불법 피라미드 업체들이 빠르게 조직을 구축할 수 있는 다단계판매의 특성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가면서 조악한 제품을 내세우고 큰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며 사람들을 꼬드긴다. 이들 불법 업체는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빨리 문을 닫느냐, 늦게 닫느냐의 시간문제이지 결국에는 도산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만다. 이러한 유혹에 빠진 사람들은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참여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한다. 

이러한 사례가 누적되면서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필자는 다단계판매에 대한 인식을 처음 갖게 된 시점은 아주 어렸을 때다. TV 드라마 내에서 어떤 인물이 가정집을 방문하여 다단계 제품을 홍보 및 판매하는 장면이 나왔다. 작중에는 그 인물이 진행하는 다단계 제품의 홍보 및 판매가 불법적인 일이고 그에 대한 처벌을 받는 장면도 있었다. 어렸을 때 처음 접한 이미지가 안 좋은 이미지여서인지 그때부터 다단계에 대하여 좋지 않은 인식을 갖게 되었다.

또한, 몇 년 전 인터넷, TV 등 언론 매체에서 다단계판매 관련 사기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엄청난 액수의 다단계 사기 혐의로 모 기업의 대표가 구속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불법 다단계 일당 3명이 고령, 주부, 퇴직자를 노리고 불법적인 금전거래를 유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위와 같은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더욱이 다단계판매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다단계판매=합법’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다단계 회사와 판매 방식 그리고 제품에 대해서 깊게 알아볼 기회가 생겼고, 다단계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인가한 직접판매공제조합,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등을 통해 ‘소비자 피해보상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법 조항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위에서 언급했던 모 기업의 대표가 구속된 사건을 다시 이야기하자면, 이를 보도한 매체는 “모 기업 대표 1조 원대 불법 다단계 사기”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사건은 다단계판매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보도된 것을 정정하기란 쉽지 않고, 정정하더라도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해당 정보를 접하면서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을 것이다.

언론 매체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말과 정보의 힘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더욱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언론 매체가 단어와 문장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보도하게 된다면 우리는 잘못된 정보의 시대에 도래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궁극적으로 ‘왜 수많은 언론 매체들이 다단계판매라는 용어를 오남용하는 걸까?’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다단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필자는 ‘다단계’에 대한 인식의 개선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자사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ESG 경영을 추진하고, 다양한 자선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기업 차원에서만 노력한다고 달라질 것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엔 불법 피라미드에 대한 법률적 정의를 하루빨리 마련하고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다단계판매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다단계판매와 불법 피라미드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언론, 기업, 정부, 소비자 모두가 역할을 다하며 보다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다단계’에 대한 인식이 이분법적인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좀 더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유승우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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