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판매, 규제 혁신에 답 있다
전문가들이 답한 업계의 현주소

다단계판매업계는 사실상 변화 없이 유지된 방문판매법과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변화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업계 내부의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유관 단체와 오랜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실업률 낮추는 다단계, 판매원 처우는 뒷전
업계 관계자들이 꼽는 다단계판매업계의 대표적인 현안은 후원수당 규제 개선이다. 일반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 등을 조정하지만, 다단계판매업체 관계자들은 오히려 판매원에게 지급할 인건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후원수당 지급률을 제한하는 방문판매법 조항이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제32조 ‘최저임금제 시행 의무’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방문판매법 제20조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업체가 판매원에게 후원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는 총액은 재화 등의 가격(부가세 포함) 합계액의 35%를 초과할 수 없다. 문제는 인센티브 트립, 교육비 등 명칭, 지급형태 등과 관계없이 경제적 이익이 모두 후원수당에 포함되면서 판매원들은 실질적으로 35%를 온전히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비 처리가 되지 않는 판매원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들어간 노력에 비해 남는 게 별로 없는 것이다.
다단계판매산업은 임직원을 비롯해, 제품 개발.생산, 운송 등의 분야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온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나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으며, 전업 또는 부업으로 활동하는 판매원들이 증가하면서 고용창출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다단계판매는 불경기의 안전지대’라는 말처럼, 경제 불황기에는 실업률을 낮추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
다단계판매업체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세미나, 컨벤션 등에 수천, 수만 명의 대규모 인원들이 특정 지역에 몰리면서 소비 촉진을 견인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다단계판매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판매원들이 과연 이에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용어 바꾼다고 인식이 달라질까?
의외로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고, 그러면서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다단계판매’라는 용어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불법 업체를 다단계판매라고 잘못 표기하는 일이 빈번한 것은 사실이지만, 명칭 변경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네트워크 마케팅이나 직접판매 등으로 이름을 바꿔도 소비자들은 기존 다단계판매 방식과 다르지 않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크며, 오히려 경계를 더욱 강화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업계는 불법 피라미드에 대한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본다.
“세상에 완벽한 신뢰를 받는 직업은 없다”면서 인식 개선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외부 평가에 연연하기보다 본질에 집중하고, 꾸준한 사업을 이어나가면서 시장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혁신은 업계 종사자들의 손에서 시작된다
챗GPT와 최근 등장한 가성비 인공지능(AI) 딥시크가 글쓰기, 코딩, 번역 등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했고, AI로 만들어진 가상 인물이 광고 모델로 활약하는 시대가 됐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주문한 제품을 다음날 받는 것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즉시배송, 새벽배송, 로켓배송 등이 일상이 됐다. 또, BTS와 블랙핑크 같은 한국 가수들이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며 글로벌 음악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야말로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다단계판매는 1995년 제도권에 편입된 이후 30년이 지난 2025년 현재까지도 뚜렷한 변화가 없다. 업계를 규제하는 법안들이 3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혁신은 끊임없는 시도와 도전에서 탄생하지만, 다단계판매산업은 변화를 시도할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단계판매의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법 개정뿐만 아니라, 교수나 경제학자 등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업계 내부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병행되지 않으면 변화는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려면 업계 종사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업계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이야말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안하고 실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통찰을 듣고, 그들이 제안하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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