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국내 기업 최초 합병 사례 나와...무분별한 다단계 보도

  • 공병헌 기자
  • 기사 입력 : 2025-02-21 09:19
  • x

MZ 기자의 [Again DS History - 8]

<2005년 하반기>

2005년 하반기에는 국내 상위권 기업이었던 STC인터내셔널의 모기업 STC그룹과 위베스트인터내셔널의 모기업 케넷그룹의 합병으로 인해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 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중국 시장 진출의 꿈이 중국 정부의 네트워크 마케팅 전면 금지로 인해 무너지면서 난항을 겪는 업체들도 많았다.

▷ 한국마케팅신문

STC그룹과 케넷그룹 전격 통합
2005년 당시 국내 다단계업계에서는 처음이자 최고의 빅딜이 성사됐다. STC인터내셔널(이하 STC)의 ‘STC그룹(前회장 이계호)’과 위베스트인터내셔널(이하 위베스트)의 ‘케넷그룹(前회장 故안홍헌)’은 지난 2005년 8월 5일 서울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통합 조인식을 갖고 그룹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당시 그룹간 통합으로 인해 위베스트는 STC의 제품을 납품받아 자사 유통망을 통해 전방위로 판매할 방침이었다. STC와 위베스트의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이들 기업의 통합으로 인해 2조 원 대의 국내 1위 업체가 탄생했다. 

조인식에서 양사는 “탄탄한 제품력과 제조라인을 갖추고 있는 STC와 프로슈머 마케팅 강화를 통해 제2도약을 외치고 나선 위베스트가 시너지 효과를 노려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STC그룹의 이계호 前회장은 “케넷그룹과 STC가 아무런 조건 없이 통합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좁은 국내에서 아옹다옹하지 않고 넓은 세계시장에서 1등을 하기 위함”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케넷그룹과 공조해 아낌없이 국위선양에 쓰겠다”고 말했다. 

케넷그룹의 故안홍헌 회장은 “이미 10년 전부터 STC의 제품력이라면 충분히 세계를 제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왔다. STC와 케넷이 한 가족이 됨에 따라 우리가 추구하는 마케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통합된 STC-케넷그룹은 자체 연구소를 비롯해 생산과 유통, 엔터테인먼트 법인 등 총 18개의 계열사를 두게 됐으며, 판매원 규모도 3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공정위, “다단계판매업체 상품권 취급 부적절”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다단계판매업체에서 상품권을 취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당시 공정위 특수거래보호과 황정곤 과장은 “상품권은 다단계판매에서 가능한 재화와 용역의 거래가 아닌 유가증권이기 때문에 유사수신행위(불법 자금모집)로 변질될 확률이 높아 다단계판매 상품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며 “이런 업체들은 규제와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

이때는 포인트마케팅업체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나오던 시기로, 서비스 상품과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상품권 발행이 증가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상품 거래를 가장한 금전 거래행위(유사수신행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또, 방문판매법에서 규정한 130만 원 가격 제한을 상품권을 통해 교묘히 피해간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실제로 2004년 10월 이젠프리가 방문판매 법인인 엔씨플래티늄을 통해 자체 상품권을 발행하여 판매원들로부터 500억 원의 금액을 거둬 들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직판조합은 엔씨플래티늄 판매원들의 민원이 증가하자 홈페이지를 통해 “이젠프리 회원이더라도 엔씨플래티늄의 ‘통신생활상품권’을 구입하게 되면 직판조합으로부터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일부 다단계판매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상품권을 발행하여 법률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상품권법 시행 당시에는 발행금액의 일정 부분을 법원에 공탁하거나, 보증보험에 가입해 소비자 피해 방지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폐지 이후에는 아무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다단계=피라미드?’ 오명으로 얼룩진 업계
공중파 방송사 및 일부 언론사의 ‘다단계기업’ 관련 보도가 사기성 불법 업체에 포커스를 맞춘 채 ‘방문판매업체’와 ‘다단계판매업체’를 구별하지 않고 보도해 업계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특히 불법 업체에 대한 도미노식 경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서나 정부 기관조차 불법 방판업체를 다단계업체와 동일시하고 있어 ‘다단계’ 용어 재정립과 관련하여 업계 차원에서의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문판매법에는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를 구분해 판매조직에 가입한 판매원의 단계가 2단계 이하는 ‘방문판매’로, 3단계 이상은 ‘다단계판매’로 명시되어있다. 

실제 영업에 있어서도 다단계판매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을 의무적으로 조합과 계약한 기업만 영업할 수 있다. 또한, 시.도지사에 등록해 공정위로부터 관리.감독을 받는 등 엄격한 규제를 받지만, 방문판매 기업은 시.도지사나 공정위에 신고만 하면 바로 영업할 수 있는 등 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언론.방송사가 판매원조직을 갖춘 직접판매방식의 기업을 ‘다단계기업’으로 통일시켜 보도하면서 많은 논란이 되었다. 

방문판매업체를 따로 구분해 보도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이렇다 보니 방문판매업체로 등록한 채 다단계식으로 영업하다가 물의를 일으키는 유사수신 등 ‘불법 방문판매업체’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대거 ‘다단계기업’으로 잘못 알려졌다. 

언론과 방송사가 일제히 ‘다단계사’로 잘못 보도하고, 이들 매체가 보도한 해당 기사의 제목에 ‘다단계’와 ‘사기’라는 단어가 혼용되면서 ‘다단계=사기’라는 막연한 인식이 국민들에게 퍼진 것이다. 

 
공병헌 기자mknews@mk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