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공정거래위원회에 바란다
<법무법인 위민 한경수 변호사> 특별기고
1 - 불확실성의 시대 2025년 을사년, 을씨년스러울까?
2025년 을사년은 그야말로 혼돈이다. 지난 설 연휴에 폭설이 내리던 날 운전을 해 본 사람은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는 말을 실감했을텐데 지금 다단계판매 시장이 바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도 가맹사업, 대리점업을 비롯한 자영업자에 대한 정책 관련 언급은 있었지만 방문판매법에서 규율하는 다단계판매, 후원방문판매 등에 대해서는 단 한 글자의 언급도 없었다. 그야말로 ‘공백’의 한 해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2025년 을사년이 1905년 을사년의 데자뷔가 될 것인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처럼 인생지사 새옹지마(人生之事 塞翁之馬)이며, 오히려 NEXT STEP을 위해 준비해야 할 때이다.
2 - 방문판매법, 현실과 괴리가 너무 커서 개정이 필요하다
가. 시간은 어느새 흘러 강산이 변했다
현행 방문판매법은 1992년에 제정된 이후 1995년, 2002년 그리고 2012년 등 3번에 걸쳐 전부개정되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지난 12년여 동안 전 세계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경제는 빠르게 변화·발전하였고, 유통업 역시도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대형마트 등의 오프라인 판매에서 쿠팡 등 온라인 판매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전환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IT 기술의 혁신으로 인해 판매방식은 그야말로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중이다. 방문판매법이 전부개정된 간격을 살펴보면, 1995년에는 3년만에, 2002년에는 7년만에 그리고 2012년에는 10년만에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2012년 전부개정된 이후로 12년이 넘게 지났으므로 단순히 법률 일부 조항이나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는 방법으로는 현실을 반영하는 건 불가능할 정도이다.
나. ‘소매이익’은 더 이상 다단계판매의 요건이 아니다
2012년 방문판매법 전부개정 당시 다단계판매의 개념요소에서 ‘소매이익’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소매이익 요건이 삭제되면서 이제 더 이상 판매원이 다단계판매회사로부터 재화 등을 구입해서 소비자에게 판매할 이유가 없어졌다(방문판매법 제23조 제1항 제5호는 하위판매원에게 재화 등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판매원이 다단계판매회사로부터 재화 등을 대량 구매하는 이유는 대부분 승급을 해서 후원수당을 많이 받기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데 이와 같은 사재기를 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을까? 사재기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사행성 있는 후원수당, 후원수당 수취 후 의도적인 대량 반품, 판매되지 않는 재화 등을 온라인 플랫폼에 판매하면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소비자 피해 등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고 법적인 보호 필요성도 상당하게 감소되었으므로 현행 판매원의 청약철회 기간 3개월을 1개월 수준으로 단축하여야 할 것이다.
다. 다양한 유통 방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현행 방문판매법은 방문판매, 전화권유판매, 다단계판매, 후원방문판매, 계속거래 및 사업권유거래에 대해 소비자가 판매장소를 찾아가 먼저 구입하거나 구입을 제안하는 일반적인 거래방식과는 달리 판매업자 측에서 먼저 찾아가거나 전화 등의 방법으로 구입을 권유하거나 판매조직을 통해 구입을 권유하는 방식이 특수한 거래방식에 해당하니 소비자를 더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IT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는 소비자들의 소비 방법이 비대면 방법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오히려 비대면 방법에 따른 소비가 대면에 따른 방법보다 더 주도적인 소비 트렌드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특수거래라고 분류하기는 어려워졌다.
최근 10년 동안 발생했던 소비자피해 사건들을 살펴보면, 합법적인 다단계판매에서 발생한 소비자피해 사건은 거의 없는 반면에 대부분의 소비자피해 사건들은 금융피라미드 영역(또는 규제의 영역 밖에 있는 불법적인 다단계회사)에서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방문판매법이 규율하는 판매방식에 대해 굳이 특수거래로 분류해서 규제할 것이 아니라 각 판매방식의 특수성에 따른 소비자피해 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정상적인 판매방식이라고 볼 수 없는 금융피라미드 유형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는 범죄수익으로 보아 필요적 몰수·추징이 가능하도록 하는 특별법(또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다단계판매에 관한 해설자료 고시」 개정해야 한다
「다단계판매에 관한 해설자료 고시」는 2015년 10월 23일 일부개정되어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데, 제3조 재검토 기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미 재검토 기한이 두 번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개정이 되지 않고 있다. 특히 「다단계판매에 관한 해설자료 고시」는 법 제15조 제5항 및 같은법 시행규칙 제18조 제1호에 따라 다단계판매원 수첩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변화된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해야 한다.
특히,「다단계판매에 관한 해설자료 고시」는 다단계판매를 정의 함에 있어 “다단계판매란 제조업자 → 도매업자 → 소매업자 → 소비자와 같은 일반적인 유통경로가 아니라 다단계판매업자의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원이 특정인을 하위판매원으로 모집하는 과정이 3단계 이상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판매조직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라고 기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IT 기술 등의 급격한 발달로 인하여 ‘제조업자 → 도매업자 → 소매업자 → 소비자’를 거치는 것이 더 이상 일반적인 유통경로가 아니게 되었기에 이 문구는 그야말로 무익하므로 삭제하고 법 제2조 제5호 규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다단계판매에 관한 해설자료 고시」는 ‘불법적 다단계판매조직’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법 제23조 제1항 각호의 규정과 제24조 제1항 각호의 규정을 혼합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불법적 다단계판매조직’이 미등록 다단계판매 또는 소위 말하는 ‘피라미드 판매’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법 제24조 제1항이 “누구든지 다단계판매조직 또는 이와 비슷하게 단계적으로 가입한 자로 구성된 조직을 이용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일반적인 금지행위 위반에 대한 제23조와 제24조를 구분하여 제24조에 대해서만 ‘불법적 다단계판매조직’으로 규정하여야 할 것이다.
4 -「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도 보완·개정되어야 한다
「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역시 2015년 10월 23일 일부개정되어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데, ‘Ⅴ. 재검토 기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미 재검토 기한이 두 번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개정이 되지 않고 있다. 특히 .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중 ‘Ⅲ. 일반사항’에서 규정한 내용에 대해 우리 법원은 법규명령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단순한 행정규칙이 아니라 일반 국민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된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Ⅲ. 일반사항’ 중 <예시> 부분을 최근 심결례 또는 판례로 대체해야 한다. 지나치게 오래된 <예시>는 현재 또는 앞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점에서 최근 내용으로 변경해야 할 것이다.
둘째, 방문판매법 제3조 ‘법 적용범위’ 및 법 제4조 ‘다른 법률과의 관계’가 개정되었으므로 개정된 내용이 반영되어야 한다.
셋째, 법 제23조 제1항 제11호에는 금지행위의 유형으로 “다단계판매조직 및 다단계판매원의 지위를 양도·양수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법 제60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이다.
이 경우에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다단계판매조직과 다단계판매원의 지위를 모두 양도·양수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 적절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다단계판매원 지위를 배우자에게 양도한 경우를 예시로 들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규제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이 다단계판매원 지위를 양도·양수하는 행위라고 한다면 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Ⅳ. 권고사항’ 중에는 방문판매와 관련하여 위탁관리인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오히려 후원방문판매에 대해서는 위탁관리인에 관한 규정이 없다. 최근 대법원 판례 등을 반영하고 후원방문판매업자들에게 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후원방문판매에만 적용되는 내용들을 추가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 제29조 제1항은 후원방문판매자가 후원수당 지급을 1단계를 초과하여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법 제29조 제1항 제3호 후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후원방문판매업자가 후원수당을 1단계를 초과하여 지급하는 경우).
즉, 후원방문판매업자가 판매원에게 후원수당을 지급함에 있어 1단계를 초과하여 지급할 경우 미등록 다단계판매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법 제29조 제1항 제3호 위반이 되는 것인가? 공정거래위원회는 방문판매법의 목적인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시장의 신뢰도를 높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개별 사안 별로 처리하기 보다는 「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에서 명확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 NEXT를 준비하자
2012년 방문판매법이 전부 개정된 후로부터 13년째를 맞이하였다. 2012년 초에 비트코인은 5달러였는데 2025년 초에는 10만 달러 전후에 달하고,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2012년 10대 베스트상품(①강남스타일 ②애니팡 ③갤럭시 2012 시리즈 ④차량용 블랙박스 ⑤런던 올림픽 스타 ⑥에너지 음료 ⑦LTE 서비스 ⑧고급형 인스턴트 커피 ⑨관객 1억 시대의 한국영화 ⑩캠핑상품)을 살펴보면 지금은 추억거리에 불과할 정도로 느껴질 뿐이다.
시간은 IT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더욱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법률은 현실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반영할 수 밖에 없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은 그나마 법률보다는 현실에 근접해서 따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방문판매법도 현실의 변화를 반영해야만 할 때가 왔고,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유관기관과 업계는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NEXT’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3~4개월 후면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수도 있는 불확실한 시대이지만 지금부터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들을 시작해야 ‘NEXT’가 있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OP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