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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가 보여주는 불법 피라미드 사기의 본질

  • 두영준 기자
  • 기사 입력 : 2025-02-2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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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3주년 특집 <5> - 사기극의 전말



불법 피라미드 금융 사기는 짧은 시간 안에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유혹하지만, 그 끝에는 막대한 피해와 고통이 남는다. MBI, KOK 코인, 브이글로벌, 휴스템코리아, 아도인터내셔널 같은 조직들은 안정적인 투자처를 가장해 수조 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았으나, 실상은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에 불과했다. 수많은 피해자가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한 채 법적 다툼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지금, 이 사건들은 고수익의 유혹 뒤에 감춰진 위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 5조, 전 세계 30조 원 피해 낳은 ‘MBI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MBI는 자회사 엠페이스를 통해 전산상 숫자에 불과한 자체 가상화폐 ‘GRC’ 판매를 가장하여,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단기간에 고수익을 벌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을 가로챈 금융 피라미드 회사다. 이들은 2012년부터 국내에서 투자자를 모집하기 시작했으며 2013년부터 사법처리 되면서 논란이 됐다.

피해 규모는 한국에서만 5조 원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업의 회장 테디 토우는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중국으로 송환됐다. 테디 토우는 지난 2017년 6월 말레이시아에서 사기 혐의로 체포됐고, 2018년 5월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해외로 도주했다. 그는 2017년 마약 거래를 한 혐의도 받고 있으며 마카오에서 3억 3,600만 링깃(약 1,000억 원)의 자금세탁 사기 혐의로 마카오 경찰의 지명수배를 받았다. 이후 2022년 태국에서 체포됐다. 체포 당시 중국과 말레이시아 당국이 동시에 테디 토우에 대한 신병 인도를 요청한 바 있다.

MBI 사건은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10년 넘게 이어졌으나 상반된 검찰의 기소, 지역별 재판부의 ‘따로따로’ 판결 등으로 혼란이 커지기도 했다.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내 1번 사업자 김 모 씨는 지난 2018년 징역 4년이 선고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국내 총책으로 알려진 안 모 씨는 지난 2014년 해외로 도주했다가 2021년 체포됐고 재판을 받았다. 안 씨는 지난해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똑같은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부 지역의 센터장들에게는 무죄가 선고되면서 법원의 판결이 엇갈리기도 했다.


“월 4~20% 이자 수익 보장” KOK 코인 재판행

KOK 코인은 2019년에 출범한 가상자산으로, 블록체인 콘텐츠 플랫폼인 ‘KOK 플레이’에서 사용되도록 설계됐다. 이 플랫폼은 영화, 게임,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사용자들이 KOK 코인을 예치하면 월 4%에서 20%의 이자 수익을 보장한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수익 보장은 근거 없는 약속으로 판명되었으며,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하여 약 48만 명으로부터 2조 원이 넘는 자금을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행위로 인해 KOK 코인의 설계자 김 모 의장은 지난해 12월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되었으며, 첫 공판이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렸다.

1월 17일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린 KOK 코인 설계자 김 모 의장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김 씨가 근거 없이 투자자들을 속여 약 48만 명으로부터 돈을 받아 2조 원이 넘는 가상자산으로 바꿔 자금을 조달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지난해 12월 3일 구속기소됐다. 김 씨는 투자자들에게 KOK 코인을 구매해 예치하면 매달 이자 수익을 제공한다고 홍보하며 투자금을 유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KOK 코인 최상위 모집책으로 알려진 송 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기각됐다. KOK 코인 투자자들은 2022년 8월부터 송 모 씨를 최초 고소한 이후 전국에서 고소가 이어졌다.

현재 KOK 코인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며, 피해자들은 책임자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300% 수익 보장”, 브이글로벌 대표 징역 25년
 

브이글로벌은 가상자산 브이캐시에 투자하면 300% 수익을 보장하겠다거나 다른 회원을 유치하면 120만 원의 소개비를 주겠다는 수법으로 지난 2020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 회원 5만여 명에게 2조 2,000여억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의 대표 이 모 씨는 지난 2021년 8월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2023년 브이글로벌 대표 이 모 씨에게 징역 25년, 함께 기소된 운영진 허 모 씨 징역 14년, 이 모 씨 징역 8년, 김 모 씨 징역 4년 등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대표 이 모 씨가 범행을 주도했고, 가담 정도가 크다”면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른 피고인에게 전가하려고 하는 등 진정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피해자들이 처벌불원서와 합의서를 제출하기도 하였으나 이 합의서는 가상화폐 지급으로 피해 회복을 대신하겠다는 내용에 불과해 궁박한 피해자들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작성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대법원은 지난해 브이글로벌의 대표사업자에 대한 징역 6년형을 확정했다.


휴스템코리아, 방문판매법 법정 최고형 선고
휴스템코리아는 2014년에 설립된 회사로, ‘디지털 시대, 세계 모든 생산자와 소비자의 행복 추구’를 모토로 내세우며 도농 상생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지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농·축·수산물 판매·유통 사업을 표방하면서도, 무등록 다단계 방식으로 금전 거래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휴스템코리아는 제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캐시)을 내세워 1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모집하고, 가입비를 투자금의 2.6배로 돌려주며 매일 0.2%의 수익을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이러한 구조는 지속 가능성이 없는 허황된 구조로, 신규 회원의 투자금으로 기존 회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초 휴스템코리아 대표 이상은 회장, 본부장 손 모 씨 등 4명을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휴스템코리아는 무등록 다단계조직을 이용해 농수축산물 등 거래를 가장하는 방법으로 약 10만 명에게 1조 1,900억 원 이상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8월 이상은 휴스템코리아 회장에 대해 징역 7년, 벌금 10억 원을 선고했다. 징역 7년은 방문판매법에 관한 법정 최고형이다. 이상은 회장에 대한 2심 재판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한편 서울회생법원은 지난해 11월 8일 휴스템코리아의 파산을 선고했다.


“아도인터내셔널, 피해 회복 위한 노력 보이지 않아”
아도인터내셔널은 2023년 2월부터 7월까지 전국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어 원금 보장과 하루 2.5%의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금을 모집한 업체다. 이들은 자체 개발한 투자 결제 앱 ‘아도페이’를 통해 투자금을 조달받았으며, 14만여 회에 걸쳐 투자금 약 4,467억 원을 유사수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월 17일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도인터내셔널의 대표 이 모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전산보조원 강 모 씨에 대해서는 징역 2년 8개월을 선고하고, 전산실장 이 모 씨와 상위모집책 장 모 씨에 대한 항소는 기각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대표 이 모 씨에 대해 징역 15년, 상위모집책 장 모 씨 징역 10년, 전산실장 이 모 씨 징역 7년, 전산보조원 강 모 씨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아도인터내셔널의 대표 이 씨는 이 사건 범행을 전체적으로 주도하면서 다수의 공범들을 연루시켜 계획적,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그로 인한 피해의 규모가 매우 크다.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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