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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18년 만에 비만 치료제 개발 지침 개정 추진 이유?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5-03-1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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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FDA(미국 식품의약국)가 18년 만에 비만 치료제 개발 지침 개정을 추진한다. 지난 1월 FDA는 체중 감량 약물·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는 의뢰자를 위한 지침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번 개정은 2007년 최초로 체중 감량 약물 관련 지침이 발표된 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FDA의 개정 추진은 비만 치료제의 게임 체인저라 불리는 ‘위고비’ 열풍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FDA는 기존 지침이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위고비’, 일라이 릴리 ‘젭바운드’와 같은 최신 체중 감량 관련 신약에 대해 많은 정보를 담지 못하고 있어 개정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황금알 낳는 거위’
지난해 12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발간한 ‘글로벌 비만 치료제 현황과 개발 전략’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글로벌 시장의 규모는 2023년 190억 3,700만 달러(한화 약 27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이후 연평균 14.4%씩 성장해, 오는 2028년에는 373억 6,710만 달러(한화 약 54조 2,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진흥원의 전망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연평균 50%씩 성장해 1,000억 달러(한화 약 14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매출이 급증했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비만·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위고비’를 보유하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가 2023년 미국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매출 1위(시장 점유율 15.9%)를 차지했다. 오젬픽은 미국에서 302억 8,600만 달러(한화 약 43조 8,0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 바이오의약품 중 2위를, 위고비는 76억 3,300만 달러(한화 약 11조 원)의 실적을 기록해 9위를 차지했다.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한국명: 마운자로)’를 보유하고 있는 일라이 릴리는 9.6%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BMI’ 핵심 지표로 사용
FDA의 이번 개정안은 체질량 지수(BMI)를 핵심 지표로 사용하는 데 중점을 뒀으며, 비만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지침 개정안은 ▲체중 감량 약물 개발에 사용되는 임상시험의 설계 ▲BMI에 따라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결정된 환자의 체중 감소를 지속·입증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FDA는 ‘의학적 체중 감량’을 ‘이환율과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과도한 체지방의 장기적인 감소’라고 정의했다. 또한, 체중 감소 적응증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초기 체중 감량과 최소 1년간 체중 유지(체중 재증가 방지)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만성 체중 관리를 위한 임상시험에 적절한 참가자 등록 요건과 1·2상 시험의 원칙, 임상시험 설계, 규모·기간, 효능·평가변수, 안전성, 통계적 원칙을 포함한 3상 임상시험에 대한 세부 논의 내용도 포함됐다.

FDA는 “특별 주제에는 당뇨병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 고려사항, 체중 관리 조합 제품 평가, 소아 환자 평가를 위한 임상시험 고려 사항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FDA는 현재 비만 치료제 개발의 핵심 지표로 BMI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과체중·비만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다른 척도가 있지만, BMI가 임상·연구 환경에서 오래 사용됐다는 이유 때문”이라며 “특히 FDA는 BMI가 저렴하면서 보편적으로 이용 가능한 점, 계산하기 쉽고 재현 가능한 점, 총 체지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경구제, 패치 등 새로운 치료제 등장 가시화
진흥원은 ‘글로벌 비만 치료제 현황과 개발 전략’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비만 유병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비만 치료제 시장이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현재 비만 치료제가 충족하지 못하는 환자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진흥원은 이런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기존 약물의 개선(투여 방식 등) ▲새로운 실험 모델 개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 ▲지속적 체중 유지를 위한 약물 개발 ▲개인 맞춤형 비만 치료제 개발이라는 5가지의 전략을 제시했다.

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 김민석 연구원 “비만은 다양한 원인이 얽힌 복합 질환인 만큼, 단일 요인 해결만으로는 효과적인 치료가 어렵다”며 “특히 비만 치료제는 장기적인 체중 유지를 위해 만성 복용이 필요할 수 있어 기존 약물보다 더욱 효과적이고 안전한 새로운 약물, 즉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새로운 개념의 약물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미약품,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대원제약, 일동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도 이런 새로운 비만 치료제를 연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중 대웅제약은 지난해 12월 티온랩 테라퓨틱스, 대한뉴팜, 다림바이오텍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비임상부터 임상, 개발, 허가까지 각 사의 역량을 모아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대웅제약은 티온랩 테라퓨틱스의 장기 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인 ‘마이크로스피어(Quject.sphere)’를 접목해, 기존 주 1회 투여하던 비만 치료제의 투여 주기를 월 1회로 연장한다. 이는 환자의 편의성을 크게 높여, 치료 부담을 줄이고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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