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급보증 심사 강화해야
국민은행, “대구 업체 P사 살펴보겠다”
공제조합 반려 업체 ‘우회창구’…리웨이 사례 반복 우려도
P사는 국민은행과 채무지급보증계약을 체결하고, 최근 대구시에 다단계판매업체로 등록했다. 해당 업체는 당초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과 공제계약을 추진했으나 불발되면서 국민은행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무산된 이유는 자본금을 실제로 납입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일시적으로 자금을 넣었다가 인출하는 ‘자본금 허위 납입’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P사가 국민은행 모 지점과 계약을 통해 다단계업체로 등록한 사실을 인지한 국민은행 본사는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계약갱신 거절되면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
은행과 채무지급보증계약을 맺은 업체의 가장 큰 문제는 은행으로부터 계약갱신이 거절됐을 경우다. 임직원, 사업자 등이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될 수 있고, 해당 기업과 연계된 제조사, 물류업체 등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립 전부터 불법 영업을 자행해 온 리웨이코리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P사는 은행과 채무지급보증계약을 통해 등록한 일곱 번째 다단계판매업체다. 앞서 우리커머스(현 디얼라이언스), 뉴유라이프코리아, 키아리코리아, 더우리샵, 리웨이코리아, 에이치엘글로벌이 같은 방식으로 등록을 마친 바 있다. 이후 뉴유라이프코리아는 직접판매공제조합, 키아리코리아는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과 공제계약을 체결해 계약 방식을 전환했고, 리웨이코리아는 등록이 취소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P사와 채무지급보증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지만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관련 부서에서 특이사항이 있는지 판단을 하고 있다. 채무지급보증계약을 맺은 해당 지점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된 회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P사 대표에게 연락했으나 “바쁘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1억 주면 등록…‘브로커 개입설’까지
P사의 다단계판매 등록과는 별개로, 은행권 업체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무등록 다단계영업이 확산하는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도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권 업체에 대해 자본금 또는 보증금 증액, 관리·감독 강화 등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은행 등록이 새로운 탈법 수단으로 고착되기 전에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리웨이코리아의 사례처럼 은행권 업체의 경우 사후 적발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허술한 구조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의견에 설득력을 더한다.
일부 해외 업체는 한국 시장에서 불법 무등록 영업을 시작한 뒤 실적이 나오면 은행을 통해 라이선스를 받는 식으로 제도를 우회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모 업체의 지사장은 “이미 미국 다단계업체 임직원들도 한국에서 은행을 통해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한국에서 사전영업을 한 뒤 시장성이 없으면 안 하고, 잘 되면 은행을 통해서 라이선스를 받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해외 기업은 물론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 역시 기존의 공제조합보다는 은행을 통한 방식을 더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까지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해 오며 손해를 감수해 온 정직한 기업들만 오히려 피해를 입는 상황”이라고 씁쓸해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은행과의 채무지급보증계약 과정에 ‘브로커’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은행과 채무지급보증계약을 추진하는 브로커가 존재하며, 이들에게 7,000만 원에서 1억 원가량의 금액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을 통한 다단계판매업 등록 제도는 무분별한 진입을 허용하는 ‘면허 장사’로 전락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와 정상 업체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며 “공제조합에 소속된 업체의 경우 조합 차원에서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각종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지만, 은행은 입금되는 ‘숫자’만 보기 때문에 사전영업과 같은 불법성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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