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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냐 방문판매냐 불법으로 오해받는 업계

  • 공병헌 기자
  • 기사 입력 : 2025-03-2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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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기자의 [Again DS History - 13]

<2008년 상반기>

▷ 한국마케팅신문
 

2008년 상반기는 많은 방문판매업체들이 고충을 겪었다. 공정위가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이면 다단계판매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시정조치를 받는 업체들이 늘어났다. 여기에 불법 피라미드업체를 다단계판매로 잘못 인식하는 국민들이 늘어나면서 애꿎은 업계가 난항을 겪기도 했다. 


대형 방판업체, 위탁관리인 제도도 다단계
대형 방문판매(이하 방판)업체들의 ‘다단계판매 논란’을 둘러싸고 직접판매공제조합(이하 직판조합)과 한국직접판매협회(이하 직판협회)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직판조합은 우량 회원사 영입의 호기를 맞으면서 그 외 대형 방판업체들의 영업 방식이 다단계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직판협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응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방문판매법 개정 TFT(Task Force Team)를 비롯해 업계 유관단체의 각종 모임에서 조합과 협회의 대립은 고스란히 이어졌다. 직판조합은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이면 무조건 다단계판매라는 기존 공정위의 주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2007년 실시한 공정위의 직권조사 결과대로, 대형 방판업체들의 위탁관리인 제도가 모두 다단계판매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직판조합은 당시 TFT의 위원이자, 방문판매 직권조사의 주역이었던 김홍석 교수 등과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며, ‘3단계 이상의 방문판매=다단계’라는 주장이 법 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판협회의 입장은 달랐다. 2007년 박상돈 前의원이 발의한 방문판매법 개정안대로, 수당의 지급 단계가 2단계 이상일 경우만 다단계판매로 구분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직판조합 관계자는 “직하위판매원의 실적만으로 수당을 받는 위탁관리인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다단계판매에 해당한다”며 “수당의 지급 방식이 2단계 이상일 경우만 다단계라면, 어느 누가 담보금을 내가며 다단계 기업을 운영하겠나”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후 방판법 개정에 대한 이권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형 방판업체의 행정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국회 통과를 준비 중인 박상돈 前의원의 개정안은 방판업체들의 입김이 다분히 실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문판매법 개정이 대형 방판업체를 위한 개정이 아니냐는 눈총도 끊이지 않았다. 


불법 피라미드 ≠ 다단계
여러 국민에게 오해받던 다단계판매 시장에서의 합법과 불법에 대한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하려는 ‘방문판매법 피라미드 규제 조항’이 신설됐다. 공정위는 지난 2008년 방문판매법 개정 TFT를 마무리짓고, 입법 절차를 거쳐 국회에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특히, 당시 개정안에는 ‘피라미드 규제 조항’을 신설하여 방문판매법 내에 불법 업체에 대한 강력한 규제 내용이 첨부될 것으로 예상됐다. 안병훈 공정위 前특수거래과장은 “피라미드 규제 조항을 신설해 불법 업체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합법 업체에 대해서는 건전한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며 “특히 불법 업체에 대한 용어를 ‘피라미드’로 정의해 합법적인 의미인 ‘다단계’와 확연히 구별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개정 방문판매법에서의 ‘피라미드’는 ‘유사수신행위’와 같이 실질적인 상품 거래 없이 금전을 수신하는 행위나 제품 가격이 원가와 현저히 차이 나는 경우 등이 포함될 예정이었다. 또, 이와 관련된 형사처벌 조항이 피라미드 규제 조항에 포함될 전망이었다. 2007년 개정된 방문판매법에서는 다단계판매업자가 취득가의 10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거나 다단계·방문판매 조직을 이용해 유통 가치가 없는 유가증권(상품권 등)의 판매실적에 대해 후원수당 등을 지급하면 최고 5년 이하 징역이나 1억 5,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토록 했었다. 

이 밖에도 판매업자의 재화 공급 능력, 다단계판매원 등에 대한 재화 공급 실적, 판매업자와 다단계판매원 간 재화 공급계약이나 판매 계약, 후원수당 지급조건 등에 비춰 거래의 실질이 사실상 금전거래만 하는 행위라면 유사수신행위로 규정했다. 


허위·과대 광고, 기업과 판매원 함께 처벌해야
2008년 상반기는 다단계판매업계에 허위·과대 광고가 극에 달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주무부서 및 관련 기관들의 조치가 미흡해 소비자 피해자 지속되었다. 특히 일부 판매원들만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해 사실상 문제 해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일부 다단계업체의 판매원들은 암·자폐증 환자 등 불치병에 가까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며, 자사 제품을 ‘기적의 약’, ‘만병 통치약’으로 부르는 등 허위·과대 광고를 일삼았다. 

특히 의사의 정확한 처방 없이 제품을 섭취하게 해 부작용을 초래,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등 심각성은 극에 달했다. 이에 본지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서는 과대광고에 대한 문제점을 부단히 지적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서인 식약청 및 관련 기관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난을 면치 못했었다. 

당시 모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몇몇 다단계판매업체들의 과대광고를 고발 및 보도했다. 방송에서 이 업체들은 자사의 제품이 건강기능식품, 일반식품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의약품인 것처럼 과장해 소비자들을 기망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행위를 이어왔다. 이에 식약청은 당시 방송에 보도된 W사의 경기 부천 송내 센터장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전했지만 해당 판매원에 대한 제재만으로 과대 광고 근절이 가능하겠냐는 업계의 의문이 제기됐다. 즉, 판매원을 관리·감독하는 업체(판매업자)에게도 같은 책임을 묻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식약청 관계자는 “방송에 보도된 내용만으로 처벌을 가할 순 없다”며 “자체적인 단속을 통해 과대광고 행위를 한 판매원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식약청은 과대광고 행위의 주체인 판매원에 대한 제재만 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Today’s View
과거에 이어 현재까지 불법 피라미드 업체들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불법 업체와 합법적인 다단계판매업체의 혼동을 줄이기 위한 업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들에게는 ‘다단계판매는 불법 피라미드’라는 막연한 인식이 존재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관단체, 기업, 판매원 모두 중지를 모아야 한다. 

 

공병헌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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