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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식 사후 규제해야 시장 살아난다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5-04-03 17: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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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하고 업체 책임은 엄중하게 물어야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우리나라도 건강기능식품의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 규제를 해야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6조 440억 원으로 전년(6조 1,415억 원) 대비 1.6% 감소했다. 2022년 6조 1,498억 원을 기록하며 6조 원 시대에 돌입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2년 연속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감소세로 돌아서자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강기능식품 규제는 전 세계에서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건강기능식품업체 관계자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도라지도 기침이나 가래에 좋다고 표현할 수 있다”며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이런 표시 광고를 하면 안된다. 농산물보다 더 광고하기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건강기능식품업계는 이런 까다로운 표시.광고에 대한 규제도 사후 규제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은 1994년 이전에 발매된 원료에 대해서는 안전하다고 평가하고 제조자 책임 아래 기능성을 표시하는 ‘DSHEA(식이보충제 건강 교육법)’을 시행하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급성장했다. 

이 법안은 건강 보충제를 보다 자유롭게 유통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게 만들었다. 미국 건강기능식품 산업은 DSHEA 시행 이후 20년 동안 매년 5~6%의 성장세를 보였다. 일본 역시 2015년부터 미국 식이보충제 건강 교육법을 벤치마킹한 기능성표시 식품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직판업계 제품 출시 발목 잡는 사전 규제
사후 규제의 핵심은 업체들이 제조사 책임으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대신 허위.과대광고나 제품에 중대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통해 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업체의 책임이 증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8년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건강기능식품 광고 사전심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면서 위헌 판결을 내렸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후 자율심의제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민간기관인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광고 심의를 받아야 한다. 업체들이 느끼기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리고 여전히 제품 허가에 대해서는 안전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건강기능식품법 제정 이후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과 ‘식품’사이에 모호한 경계에 서 있다. 반면,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을 일반 식품과 함께 분류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건강기능식품에 속한 제품이 외국에서는 의약품으로 구분되거나, 미국에서 식품으로 유통되던 제품이 한국에서 금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판업체에서 특히 건강기능식품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까다로운 국내 사전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해 좋은 원료로 제품을 만들어도 사전 규제를 통과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된다. 외국계 업체는 본사의 제품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난항을 겪는다. 심지어 시그니처 제품을 들여오기 위해 시간만 허비하다 떠난 업체도 있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미국은 FDA가 건강기능식품을 보충제로 분류하며 제품의 사후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새로운 제품이 들어올 때 무조건 식약처에 기능성을 사전 인증해야 한다. 외국에서 부작용 등의 문제가 없었어도 성분과 함량에 대한 제한이 너무 엄격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사업자들은 본사의 시그니처 제품의 국내 출시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데 기능성 사전 인증을 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며 “이러면 결국 일반 식품이나 고시형 제품에 부원료로 표시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면 회사도 사업자도 제품을 제대로 홍보할 수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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