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AI로 대체할 수 있을까?
<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지난 4월 1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일부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요건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실험으로의 대체를 허용한다고 밝혀 제약·바이오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윤리적 문제로 찬반 논쟁
동물실험은 생물학적 연구나 의약품 개발을 위해 동물을 사용하는 과정이다. 19세기 중반부터 의학적 연구에 사용되었다. 이후 의약품, 화장품 등의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동물실험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고, 현재는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는 데 필수적인 단계로 자리 잡았다.
특히, 새로운 약물이나 치료법이 개발될 때, 그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동물실험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윤리적인 문제와 인체 적용 가능성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해 현재에는 전 세계적으로 동물 대체실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동물 대체시험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도입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분야로 자리 잡았다.
동물권단체인 동물해방물결에 따르면, 국내 동물실험에 2022년 기준 499만 마리, 2023년에도 450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실험에 사용됐다.
동물해방물결은 “국제적으로 동물실험의 비효율성과 윤리적 문제를 인식하고 대체 연구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이뤄지는 추세”라며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은 대체 연구를 확대하고 실험동물 의존도를 줄여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올해부터 5년간 3단계로 보툴리눔 제제 역가 시험 동물 대체 평가기술 기반 구축 연구사업을 진행한다. 연구는 보툴리눔 제제의 품질관리와 국가 출하승인에 사용되는 동물대체시험법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동물대체시험법에 필요한 표준 시약 제조·확립과 생물학적 제제 기준 및 시험방법(식약처 고시) 중 보툴리눔 제제 등에 동물대체시험법을 반영해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월 보건복지위 남인순 의원은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률안 주요 내용은 ▲첨단기술 등을 이용하여 동물을 사용하지 아니하는 시험방법이나 시험에 사용되는 동물 개체 수를 감소시키는 시험방법 또는 부득이하게 동물을 사용하더라도 그 사용되는 동물의 고통을 경감시킬 시험방법으로 정의 ▲식품·건강기능식품·의약품·화장품 등 식약처 소관 물품의 개발 안전관리품질관리 등에 필요한 동물대체시험법에 적용 ▲식약처장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를 거쳐 동물대체시험법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 ▲동물대체시험법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하여 정책 및 제도의 조사연구, 검증 및 평가, 국제 가이드라인 제안,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및 연구 등의 업무를 수행 등이다.
FDA, 의미 있는 치료 가속화 가능성 제시
FDA는 단클론 항체 요법과 기타 약물 개발에서 동물실험을 보다 효과적이고 인체에 적합한 방법으로 대체함으로써 공중 보건을 발전시키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FDA는 동물실험 요건을 독성 및 세포주에 대한 AI 기반 계산 모델, 실험실 환경에서의 ‘오가노이드 독성 테스트(NAM 데이터)’를 포함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사용해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제약사들은 NAM 데이터의 포함이 권장되는 임상시험용 신약(IND) 신청이 가능할 전망이다.
FDA는 “오랜 시간 동안 제약회사들은 국제적으로 광범위하게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 약물에 대해 추가적인 동물실험을 수행해 왔다”며 “AI 기반 컴퓨터 모형화와 인간 장기 모델 기반 실험실 테스트 등을 통해 실제 인간 데이터를 활용하면 환자에게 더 빠르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개발 비용도 감소해 의약품 가격을 낮추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FDA 발표 직후 미국에서도 의약품 동물실험을 AI 등으로 대체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생물의학연구협회(NABR)는 “현재 생명과학 연구나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모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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