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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정체기 탈출의 마중물 될까?

  • 두영준 기자
  • 기사 입력 : 2025-04-2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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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리월드·경성제약·토탈스위스·지에스엘·퍼스트코리아 등 선방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다단계판매산업이 정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들의 움직임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월 10억 원대 매출을 올리며 30~40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 업체는 다단계판매산업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보수적인 전략을 고수하는 대형 기업과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흔들리는 소형 업체와 달리 30~40위권 업체는 리더, 제품, 보상플랜 등이 바뀌면 즉각적인 변화를 보이는 ‘센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선방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 자체의 체력이 아직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고, 반대로 이들이 무너진다면 산업 전반의 붕괴 신호로 해석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반려동물과 통하는 주파수…힐리월드, 성장 시그널
지난 2022년 영업을 시작한 힐리월드코리아는 이듬해 6월 시크릿의 주역들이 합류한 이후 기존 사업자들과 시너지를 내면서 일약 중견기업으로 거듭난 것으로 평가된다. 영업 첫해 48억 원의 매출을 올린 힐리월드코리아는 2023년 139억 원까지 실적을 끌어 올렸다. 업계의 특성상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의 점유율이 약 80% 달하는 가운데, ‘힐리 디바이스’는 새로운 소비층을 확보하며 실적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힐리월드코리아 관계자는 “2024년은 외부에서 보기엔 두드러진 수치 상승은 없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체계를 잡고 평균적인 성장을 이룬 시기였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분위기가 더 좋다”고 밝혔다.

성장 요인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디바이스가 어렵고 복잡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점차 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지난해 프로모션을 통해 제품을 널리 알리면서 저변 확대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생소했던 디바이스가 생활용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다른 제품과 연계 소비도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힐리월드코리아는 지난 4월 16일 웨어러블 주파수 디바이스인 힐리의 반려동물 전용 프로그램 ‘애니멀 모듈’을 출시하면서 반려동물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8조 5,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2032년에는 2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같은 해 국내 다단계판매 시장(2022년 기준 약 5조 4,000억 원)보다도 훨씬 큰 규모다.

‘애니멀 모듈’은 반려동물을 위해 개발된 IMF(개별화된 미세전류 주파수) 프로그램 12종을 탑재해 반려동물의 신체 및 정서 상태에 맞춘 맞춤형 케어가 가능하다.

반려동물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에 집중돼 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펫보험이 등장하고 정신행동장해 관련 보장이 포함되는 등 정서 건강을 중시하는 보호자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한다면 힐리월드의 애니멀 모듈은 새로운 성장을 이끌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련한 장수 브랜드, 경성제약의 코로나 특수
경성제약은 건강기능식품 업계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장 건강 전문기업이다. 1992년 경기 남양주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한의학과 식품 과학을 바탕으로, 약재를 환 형태로 제조하는 기술로 주목받았다. 설립 초기부터 제품 연구개발과 제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했으며, GMP 인증 시설을 갖춘 생산 시스템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2012년 엘라이프라는 사명으로 다단계 영업을 시작해 2021년 경성제약으로 변경했다. 경성제약은 면역력과 장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면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수혜를 입었다. 이 업체의 매출액은 2021년 33억 원, 2022년 69억 원, 2023년 124억 원으로 증가했고, 2024년에는 전년과 비슷한 추이를 이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과 회사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대표님이 직접 강의를 진행하면서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며 “코로나 팬데믹 당시 면역력과 장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였다는 점도 매출 성장에 주효했다”고 밝혔다.


충성 고객 기반의 토탈스위스.지에스엘
충성 고객층을 중심으로 실적을 꾸준히 유지 중인 업체로는 토탈스위스코리아와 지에스엘이 있다.

토탈스위스코리아는 매월 평균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큰 등락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그니처 제품인 건강기능식품 ‘핏솔루션’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재구매율이 높고 장기간 이용하는 충성 고객이 많다는 점이 사업 안정성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회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제품을 찾는 고정 소비자층이 주축이기 때문에 외부 변화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며 “매출이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 직원들이 ‘프로모션을 더 해야 하지 않느냐’고 본사에 건의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기업의 창업자 왕웬친 회장은 한국을 찾을 때마다 사업자들에게 “빠른 성공을 원하면 쉽게 무너질 수 있지만, 장기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기초를 탄탄히 다지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다수의 업체가 실적 부진을 겪는 가운데, 지에스엘은 최근 3년간 완만하지만 꾸준한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며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에스엘의 매출액(부가세 미포함)은 2022년 126억 원, 2023년 159억 원, 2024년 162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효소를 바탕으로 한 건강기능식품을 자체 제조·유통하고 있으며, 특히 ‘에스바디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출시부터 지금까지 호평을 얻고 있다. 지에스엘은 GMP 및 HACCP 인증을 획득한 건강기능식품 전문 제조사 마이크로바이옴코리아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주기영 대표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에스바디라는 효소 제품을 찾는 마니아층이 꾸준하다”며 “사업자 대부분도 마니아층이어서 매출 하락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시장 개척이라는 돌파구를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기대주 퍼스트코리아, 6월 태국 지사 오픈
2024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퍼스트코리아 역시 현재까지 월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중견기업 반열에 올랐다.

퍼스트코리아는 제주 용암 해수에서 분리한 미세조류 ‘멜로시라’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첫 해외 지사인 태국 시장 오픈 시점을 오는 6월로 예상하고 있다. 현지 법인 ‘퍼스트다이렉트타일랜드’는 태국에서 한국 지자체, 공기업, 대학교 등과 정부 과제를 수행해온 오준호 태국 지사장을 비롯해 현지 인력 구성을 마친 상태다.

퍼스트코리아의 성장 배경에 대해 김성덕 대표는 “오너십, 기업철학, 제품, 보상플랜 등 여러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지만, 결국 사업을 현장에서 끌고 가는 건 사업자들의 역량과 리더십”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초반부터 함께한 젊은 상위 리더들이 지금도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미팅과 후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사업자 출신의 창업자 이대규 의장님이 사업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반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건강한 소통이 조직의 결속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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