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단계를 아십니까?
최근 한 인터넷 언론이 특정 다단계판매업체를 ‘불법 다단계’로 규정하며 비판 기사를 내보냈다. 35% 수당 상한선을 위반하고 판매원들에게 더 많은 수당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담 기사가 아니라 비판 기사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문제는 이 업체가 공제조합에 정식 가입된 합법 사업자라는 점이다. 더욱이 그들이 인용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는 수개월이 지난 통계였다. 정보는 오래됐고, 판단은 성급했고, 표현은 과격했다.
다단계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사정도 따지지 않고 단죄부터 하려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합법과 불법을 구분하는 최소한의 기준마저 무시된 채, ‘다단계’라는 이유만으로 희화화하거나 비난하는 태도가 오히려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어 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다시금 방문판매법상 후원수당 35% 상한 규정의 실효성과 정당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본래 이 조항은 모 업체의 전 세계 수당지급률의 평균치로 설계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업이 원가를 부풀려 폭리를 취하면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불법 피라미드 사기를 막겠다는 취지 자체가 왜곡된 채로 입법된 것이다.
수당 상한을 매출의 35%로 제한하는 구조는 판매원의 권익을 보호하기는커녕, 기업에게 매출의 65%까지를 무제한으로 보장하는 체제를 고착화했다. 유통 현장에서 직접 소비자와 만나는 판매원에게는 제한을 두고, 기업에는 사실상 아무런 제한도 두지 않는 불균형적 분배 구조다. 자본주의는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 법은 그 기본 전제를 스스로 거스르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들조차 이 규정의 불합리함을 경험적으로 인지하고 우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상위 업체는 숫자상의 수당률은 맞추되, 해외 법인이나 해외 세미나 현장에서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현실을 피해간다. 이는 법의 빈틈을 활용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투명성과 형평성을 훼손한다. 정부가 지키고자 했던 질서가 오히려 왜곡되고 있는 셈이다.
그 여파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생 기업은 창의적인 보상플랜을 설계할 수 없고, 젊은 세대는 이 구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다단계판매업의 진입장벽은 높아졌고, 기존의 기득권 기업만이 살아남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사람이 빠지고, 제품이 팔리지 않고, 돈이 돌지 않는 산업은 생존할 수 없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얼마를 줬는가?”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받았는가?”를 따져야 한다. 정률 규제가 아니라, 지급 구조의 공정성과 소득 분배의 투명성이 새로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최저 임금제를 도입한 국가답게 수당 하한선을 규제하는 것이 경제 정의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 다단계판매업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왜 멀어지는지, 왜 외면하는지 그 원인을 찾아야 새로운 부흥기를 도모할 수 있다. 어떤 집단이 번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겪는 고통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다단계판매원들이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점만 개선한다면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게 돼 있다.
고통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35% 수당 상한선을 포함한 방문판매법의 독소 조항들이다. 새 피를 원한다면, 먼저 그 피가 흐를 수 있는 혈관부터 재설계해야 한다. 다단계판매를 20세기의 낡은 방식에 가둬두고 있으면서, 21세기의 인재가 이 산업을 선택해 주길 바라는 것만큼 더 큰 모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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