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업체 단속은 ‘두더지 게임’…정작 피해는 합법 업체 몫
MZ 기자의 [Again DS History 17]
<2010년 상반기>

2010년 상반기 여전히 방송, 신문 등 매체에서 ‘다단계’ 용어를 오남용해 업계가 꾸준한 피해를 입었다. 유사수신 업체를 다단계로 표기하는 등 합법적인 유통업체도 도매금으로 불법 낙인을 찍기도 했다. 그럼에도 직접판매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종사자가 있는 산업이었고, 기업들도 꾸준히 새로운 제품과 다양한 아이디어로 판매원들을 끌어모았다. 그렇지만 불법 미등록 다단계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며 업계에 대한 인식은 지속적으로 나빠져만 갔다.
‘다단계’ 용어 남발, 이젠 정말 그만
많은 직접판매 기업들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바로 방송이나 일부 언론매체에서 유사수신, 불법 코인다단계, 미등록 불법 다단계 업체 등을 모두 ‘다단계’라는 용어 하나로 묶어서 보도할 때이다. 현재까지도 방송국의 무차별적인 오보는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의 정정 요구에도 방송국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2010년 상반기에도 일부 언론들이 불법 방문판매 업체나 유사수신 업체를 ‘다단계 업체’로 보도하거나, 방송에서 무차별적으로 다단계판매를 비하해 소비자들에게 ‘다단계는 무조건 불법’이라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았다.
실제로 언론들은 계속해 다단계판매와 피라미드(불법 방문판매, 유사수신 등)를 구분하지 못한 채 잘못된 보도를 해왔다. 일례로 당시 보도된 ‘4조 원대 다단계 사기’ 뉴스의 해당 업체인 리브는 다단계판매에 해당하지 않지만, 언론들은 ‘다단계’라는 용어를 제목에 올려가며 대서특필했다.
지난 2008년까지 의료기 및 안마기 렌탈 사업으로 회원을 끌어모았던 리브는 판매원이 아닌 투자자를 모은 전형적인 유사수신 업체로 드러났다. 유사수신행위는 말 그대로 금융기관이 하는 수신(受信)업을 유사하게 하는 불법 행위를 일컫는다. 이는 판매원의 단계를 두고 물품을 유통하는 다단계판매 방식과 달리, 금융거래를 기본 조건으로 하는 사실상 ‘사기’ 행위이다.
또 법인 등기부상에도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로 등록·신고가 되어있지 않고, ‘건강용품 렌탈 및 판매업’, ‘의료기 렌탈 및 판매업’, ‘자동판매기 임대업’, ‘도·소매 유통 판매업’으로만 등록된 업체였다.
업계 관계자는 “서류상으로도 다단계판매에 해당하지 않으며, 실제 영업방식도 다단계판매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모집을 다단계 방식으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단계’로 보도되는 것은 황당하다”며 “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언론사 PD·기자나, 제대로 된 구분 없이 언론에 자료를 배포하는 경찰 등이 한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에는 이런 회사들이 떴다
전 세계 직접판매 기업의 매출, 사업자 상위 소득, 동기부여가 등 직접판매산업에 대한 정보를 전하는 비즈니스포홈(이하 BFH)에서 ‘2010년 사업하기 좋은 17개 직접판매 기업’에 대해 보도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추천 기업의 리스트는 소득랭킹, 리더십, 성장률, 매출, 컨벤션 및 각종 인터뷰 등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다. 또한, 직접판매산업에는 수천, 수만 가지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추천된 기업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전했다. BFH에 의해 추천된 기업은 ACN(현 니오라), 뉴스킨, 피엠인터내셔널, 트럼프 네트워크, 센드 아웃 카드 등 17개 기업이다. BFH는 이들 기업을 추천한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1993년 설립한 ACN은 신세대 기술인 디지털 전화 서비스 및 화상 전화기를 주력제품으로 판매하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통신직접판매 업체다.”
유명한 부동산 사업가이자 최근 직접판매산업에도 진출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45·47대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인 홍보를 지원 받을 정도로 제품과 서비스를 인정받은 ACN은 미국과 유럽에서 급성장하고 있으며, 2010년 여름에 국내에서도 정식 오픈을 준비 중이었다. 뉴스킨은 2009년 말 출시한 기능성 화장품 ‘에이지락(ageLOC)’으로 더욱더 높은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이라는 평을 받았다.
대형 방판 면죄부에 불법 업체 기승
과거 대법원이 내린 ‘대형 방문판매 업체의 영업 행위가 다단계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로 인해, 이를 ‘면죄부’로 악용하는 불법 방문판매 업체들이 기승을 부렸다.
해당 불법 업체들은 하위판매원을 두 명씩 두고 무한대로 조직을 넓혀나가는 ‘바이너리’, 세 명씩 확장해 가는 ‘유니레벨’ 등 전형적인 다단계판매 방식을 썼지만, 대법원 판결의 쟁점인 ‘소비자를 거쳐 판매원으로 가입하는’ 다단계판매의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아 법적 처벌을 피했다.
이같은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서와 사법기관은 “대법원의 판결로 다단계와 방문판매의 구분 기준이 애매해져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대구에 본사를 둔 S사는 바이너리 마케팅을 이용해 판매 조직을 구축했다. 하위 판매원을 두 명씩 두고 조직을 확장하는 이 방식은 기존 다단계판매 업체였던 다이너스티 등 통신 다단계판매 업체들과 고려한백, 유사나 등이 주로 사용한 마케팅 기법이었다.
S사는 서울 서초, 역삼, 선릉 등에 센터를 개설하고 매일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며, 판매원 확보에 나섰다. 한 상위 판매원은 “지금 빨리 가입해 조직을 구축해야, 조만간 해외 진출을 하게 되면 더 많은 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종용하면서 “현 시스템으로 네트워크 업체로 등록,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혀, 사실상 미등록 다단계판매임을 시인했다.
업체들이 이같이 기승을 부림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서와 사법기관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못했다. 업체 수에 비해 감독 인력이 모자라기도 했지만, 대법원의 “아모레, 웅진, 대교 등 대형 방문판매 업체들이 다단계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 이후로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의 구분이 애매해져,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Today’s view
2025년에도 ‘다단계’라는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며, 합법적인 다단계판매업계는 여전히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일부 방송국들이 사실 확인 없이 불법 업체와 합법 업체를 동일선상에 놓고 보도하는 행태는 성실히 활동하는 다단계판매 종사자들의 생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미등록 다단계 업체나 유사수신을 일삼는 불법 업체에 있다. 이들이 사라지지 않고 단속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다단계판매업계는 오해와 불신 속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공병헌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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