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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금지가 있는 곳에 위반이 있다

  • 정해미 기자
  • 기사 입력 : 2025-05-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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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우스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뱀에 물려 죽자 그녀를 데려오려고 저승으로 내려가서는 그녀를 지상으로 돌려보내달라고 플루토를 설득합니다. 이에 플루토는 만약 오르페우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뒤를 돌아보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요.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믿어지지 않아 도중에 돌아서서 아내를 보았고, 이에 아내는 저승으로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이는 너무도 유명한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입니다.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이 이야기를 ‘금지’와 ‘위반’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보면 어떨까요? 플루토가 오르페우스에게 아내를 데려가기 위해서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명령한 이유를 분명히 알 수는 없습니다.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 이승으로 데려가는 일에 저만한 조건도 없었겠는가 하는 추측만 조심스레 해 볼 뿐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누군가 ‘돌아보지 말라’고 하면, 반드시 돌아보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이러한 메타포는 비단 그리스 신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구약성서의 창세기에는 소돔과 고모라 성을 탈출하던 중 소금기둥으로 변해버린 롯의 아내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하나님의 천사는 타락한 도시 소돔과 고모라에서 의로운 롯의 일가족을 탈출시키며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간곡한 부탁을 합니다. 하지만 천사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고 그 자리에서 소금기둥이 되고 말았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러한 이야기들이 전해지는 것은 아마도 이것이 ‘욕망’이라는 것의 본질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로 금지가 있는 곳에 위반이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다단계판매업계에는 개별재화의 가격을 제한하는 법이 있습니다. 이 법 때문에 아무리 질 좋은 물건,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물건이라도 개별 물건의 값이 160만 원을 넘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을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 등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해 200만 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고, 이제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다단계판매업자의 후원수당 산정과 지급에 대한 기준도 있습니다. 판매원들이 아무리 많은 물건을 팔았어도 35% 내에서만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는 법입니다. 본래 이 조항은 기업이 원가를 부풀려 폭리를 취하면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불법 피라미드 사기를 막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인데, 지금은 그 실효성이 희미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요즘의 소비자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단순히 가까운 사람이 제품을 권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사지 않습니다. 또한 따지는 것도 많습니다.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비교), 가심비(감성적.심리적 만족도),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만족도) 등 다양한 가치 판단에 의해 제품을 구매합니다. 때문에 개별재화에 매겨진 값이 비싸다면 더욱 까다로운 기준으로 제품을 고를 것입니다. 사행성 방지를 위해 개별재화의 상한선을 정해 둔 방문판매법이 더이상은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불필요한 개별재화의 상한선은 또다시 불필요한 위반을 낳을 뿐입니다.

다른 측면으로도 한번 접근해 볼까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는 ‘금지된 열매(선악과)’를 먹고 선과 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에덴동산에서는 쫓겨나게 되었지만 지상에서의 인류는 그 역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금지를 뛰어넘어 지식을 얻게 된 것이죠. 이러한 시선에서는 인간이 선악과를 먹었기 때문에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자율적 존재로 변화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금지된 행동(선악과를 먹는)을 통해 무지의 상태에서 벗어나 나와 타인을 구분하기 시작했으며, 옳고 그름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이는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고 윤리적 책임을 지기 시작한 ‘의식의 전환점’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해칠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은 반드시 지켜야 하며 위반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동.서양의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당연시 여겨지던 금지와 억압을 탈피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로 도약할 수 있었던 예를 무수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치 민간 차원에서는 절대로 우주를 개척할 수 없으며 우주는 국가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항해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민간인 우주비행에 성공한 일론 머스크처럼 말이죠.

금지는 때로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최선의 답은 아닙니다. 그것이 금지를 위한 금지는 아닌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사람은 억압 속에서 자라기보다는, 자유 속에서 책임을 배우며 더욱 성숙해지는 존재입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 더 나은 판단을 하고 더 성숙한 사회를 이룰 수 있습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믿음과 함께 교육이 선행될 때 진정한 사회질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금지보다 자율을, 강제보다 신뢰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단계업계의 불황이 깊어지고 있는 지금, 그 자율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정해미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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