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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사수신 범죄 수사 환영하지만…

  • 기사 입력 : 2025-05-0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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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코인을 매개로 한 유사수신행위에 연루된 인원이 총 2만 5,84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 해에만 8,000여 명이 1조 1,109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광주광역시, 서구을)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발표했다. 

이 자료가 사실에 기초한 것이라면 1인당 약 1억 4,000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코인 다단계에 참여했다가 날렸다는 말이 된다. 8,00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각각 1억 원 이상의 금액을 투자할 리는 없었을 것이므로 이들 중에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베팅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유사수신 범죄에 참여하는 인원과 금액이 대폭 늘어나면서 국회와 대법원, 검찰까지 나서 형량을 대폭 상향하고,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라며 독려하고 나섰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는 않지만 대한민국의 법치를 지탱하는 기관들이 적극 나섰다는 점은 기꺼이 평가할 만하다. 

최근 정치를 둘러싸고 사법부와 검찰이 보여주는 행태를 감안한다면 유사수신 사건이라고 해서 제대로 판단하고 판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일단 검거하는 데까지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라고 판단할 수 있겠다. 

다만 수사도 좋고 양형도 좋지만 과연 피해자를 제대로 특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유사수신행위의 경우 대체로 금액이 커야 수사하는 보람을 느끼고, 피해자가 많아야 인정을 받는다는 불문율이 작용한다. 지금까지의 유사한 사건을 보면 피해 금액과 인원을 부풀리기 위해 가해자까지 피해자로 둔갑시켰던 사례가 적지 않다. 

수사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피해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면 유사수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영점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피해 금액과 인원에 집중하기보다는 해당 조직에 다른 사람을 유인했는지 여부를 먼저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돈을 벌었든 잃었든 타인을 유인했다는 것은 범죄 의도가 충분히 입증되는 행위다. 그리고 타인을 데리고 오지는 않았어도 거액을 베팅함으로써 범죄조직의 구동에 일정한 역할을 했느냐 하는 것도 반드시 짚어 봐야 할 부분이다. 

조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은 그야말로 범죄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본인은 몰랐다거나 의도하지 않았다고 발뺌할 수는 있어도, 그곳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조직을 흥성하게 하고, 그 흥성한 기운을 새로운 유인책으로 이용하면서 이들 조직은 독버섯처럼 자라나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전봉민 의원(국민의힘)은 불법 다단계 조직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이렇다 할 논의조차 없이 자동 폐기됐다.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법안인 것 같지만 아무리 자유로운 사회라고 해도 범죄조직을 구성할 자유까지 허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수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라든가 ‘희대의 사기꾼’ 등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으면서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정도의 규모라야 일할 맛이 날 수도 있고, 그러한 심리에도 충분히 동의한다. 그렇지만 법의 목적이 선량한 국민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자신의 출세보다는 범죄 예방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온당한 것이다. 수사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사후약방문 같은 것이지만 미연에 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은 직무유기일 수 있다.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범죄자가 발생하기 전에 차단하는 일이야 말로 이 나라를 평화롭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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