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스포츠카를 타보고 싶다. 스포츠카는 가벼운 몸놀림과 높은 출력, 우렁찬 배기음 그리고 우아한 디자인 등의 매력으로 사람들을 쉽게 매료시킨다. 이러한 스포츠카 브랜드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바로 이탈리아다. 페라리,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등 국내에서도 유명한 브랜드부터, 정통 브랜드 알파 로메오와 귀엽고 아담한 크기의 자동차로 유명한 피아트 등이 이탈리아의 브랜드다.
페라리의 첫 미드쉽 스포츠카 ‘디노 206 GT’
페라리 산하의 자동차 제조사였던 ‘디노’가 제작한 ‘디노 206 GT’를 세상에 공개하기 전, 페라리의 오너인 엔초 페라리는 이 차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바로 엔진을 차량 중앙에 위치시키는 미드쉽 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양산차에 미드쉽 구조를 적용하는 일은 생소했고, 엔초 페라리는 운전자들에게 상당한 불편감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1965년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된 디노 206 GT는 엔초 페라리의 예상과 달리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에 1967년부터 공식적인 생산과 판매를 시작했으며 1969년까지 총 152대가 판매됐다. 디노 206 GT는 2.0L V6 엔진을 사용했으며, 160마력의 성능을 발휘했다. 최고속도는 235km/h 수준이었다. 디자인은 이탈리아차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을 잘 살렸다. 1969년에는 206 GT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불리는 ‘246 GT’가 발표됐다. 2.4L V6 엔진으로 업그레이드하여 195마력의 성능을 발휘했으며, 최고속도는 무려 265km/h를 기록했다.
디노의 귀환을 알린 ‘페라리 296 GTB’
지난 2021년 세상에 공개된 ‘페라리 296 GTB’는 사람들 사이에서 ‘디노의 귀환’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세상에 공개됐다. 그 이유는 1970년대 이후 V8 엔진을 사용한 자동차만 출시하던 페라리가 디노 206 GT에 탑재된 V6 엔진을 다시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다만 출시 당시 일각에서는 V6 엔진의 한계에 다소 실망하기도 했다. 페라리의 V8 엔진을 사용한다면 더 높은 퍼포먼스를 자랑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296 GTB는 2.9L V6 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터를 결합하여 830마력에 이르는 출력을 자랑한다. 페라리는 296 GTB를 출시하며 “극강의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순간뿐 아니라 일상 주행에서도 순수한 즐거움을 제공하며 운전의 재미를 재정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296 GTB의 최고속도는 330km/h이며, 제로백은 무려 2.9초를 자랑한다. V6 트윈터보 엔진의 배기량은 2,992cc로 타 슈퍼카 대비 낮지만, 성능은 무시 못하는 수준이다.
배기음마저도 페라리의 시그니처인 V12 엔진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페라리도 이를 ‘작은 V12 엔진’이라고 칭할 정도이며 전문가들도 조금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모두 유사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첫 번째 콰트로포르테의 등장
1960년대 초, 줄리오 알피에리(Giulio Alfieri)는 완전히 새로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GT카의 성공에 영감을 받은 마세라티는 세단형 차량을 고려하던 중에 새로운 모델인 콰트로포르테(Quattroporte, ‘4도어’의 이탈리아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콰트로포르테는 다른 마세라티 모델과 동일한 우아함, 세련미, 파워, 성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고속도 230km/h의 양산 차량을 만들어냈다. 당시 콰트로포르테는 1960년대 가장 빠른 양산 차였다.
5000GT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은 디자이너 피에트로 프루아(Pietro Frua)가 담당하였고, 차체는 비냘레(Vignale)에서 제작되었다. 현대적인 판금 모노코크 구조에 전통적인 관형 프레임이 아닌 박스 섹션 레일이 사용되었고, 5000GT에서 사용된 4.2L V8 엔진을 탑재했다. 이 중 7대는 배기량을 4.7L로 증가시킨 엔진이 탑재되어 소비자로부터 최강의 양산형 스포츠 세단의 재미를 선물했다.
마지막 콰트로포르테를 장식한 ‘그랜드 피날레’
콰트로포르테는 지난 60여 년간 마세라티의 플래그십 자리를 담당해왔다. 최근 하지만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을 줄이는 추세로 들어서면서 V8 엔진을 사용한 차량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마세라티의 콰트로포르테도 이 기류를 피하지 못하고 지난해 8월 6일을 마지막으로 단종을 선언했다.
콰트로포르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콰트로포르테 그랜드 피날레’는 마세라티 역사상 마지막 V8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3.8L V8 트윈터보 엔진은 최대 508마력, 74.7 토크를 자랑한다. ZF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제로백 4.5초 최고속도는 326km/h이다. 해당 차량의 카본 엔진 커버에는 마세라티 브랜드의 맞춤 제작 프로그램인 푸오리세리에 팀원과 해당 차량을 작업한 엔지니어의 서명이 함께 새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콰트로포르테는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마세라티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이번 그랜드 피날레를 통해 콰트로포르테 역사에 화려한 마침표를 찍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