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보이는 수치, 보이지 않는 진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다단계판매 관련 정보는 해당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특히 매년 공개되는 다단계판매업자의 매출액 및 판매원 수, 그리고 후원수당 지급 현황 등은 언론과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는다.
이 중 판매원 수와 후원수당 지급률, 그리고 소수의 상위 판매원에게 지급되는 후원수당 집중 현상에 대한 통계는 종종 “판매원 약 720만 명 중 극소수 상위 판매원만이 후원수당을 독식한다”라는 해석으로 이어지곤 한다. 이러한 해석은 다단계판매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고, 참여자들에게 불필요한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수치만 보면, 수백만 명의 판매원 중 후원수당을 수령하는 판매원의 비율이 낮고, 그마저도 상위 특정 비율에 속하는 판매원들이 전체 후원수당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간과되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들이 존재한다. 그 수치가 어떤 모집단을 기반으로 집계되었는지, 그리고 그 수치가 현실의 다양한 측면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가장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판매원 약 720만 명’이라는 숫자의 실체다. 이 수치는 해당 연도에 특정 다단계판매업체에 회원으로 등록한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 수치다. 중요한 것은, 이 720만 명의 등록자 대부분이 실질적으로 사업 활동을 통해 소득을 올리려는 ‘사업자’가 아니라,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기 위해 회원으로 가입한 ‘소비자’도 포함하고 있는 수치라는 점이다. 다단계판매업의 특성상, 회원 가입을 통해 제품 구매 시 일정 할인 혜택을 받거나,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꾸준히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가입하는 소비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들은 후원수당 수령 자체를 목표로 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들을 ‘후원수당을 받지 못하는 판매원’으로 간주하여 전체 판매원 수에 포함시키는 것은 통계의 본질적인 목적, 즉 ‘사업 활동을 통한 소득 발생 현황’을 파악하는 데 있어 혼란을 일으킨다.
만약 통계 집계 시, 일정 기간 일정 금액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판매 활동을 기록한 실질적인 사업 참여자만을 대상으로 후원수당 수령 현황을 분석한다면 결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소비 목적으로 가입한 사람을 제외한 사업 참여자 집단 내에서 후원수당 수령 비율과 분배 현황을 살펴보아야 비로소 다단계판매 사업의 소득 구조에 대한 현실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현재의 통계 방식은 마치 대형마트 회원 중 포인트 적립 외에는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판매원’으로 집계하는 것과 유사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상위 다단계판매원만이 후원수당을 독식한다는 표현 역시 통계의 단편적인 해석에서 비롯될 수 있다. 물론 다단계판매의 보상 구조 특성상, 사업 경험이 풍부하고 넓은 소비자 및 사업자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위 직급의 판매원들이 더 많은 후원수당을 수령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일반적인 영업 조직이나 프리랜서 활동에서도 성과에 따라 소득이 차등적으로 발생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독식’이라는 표현이 주는 어감이다. 이는 마치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의 판매원은 전혀 소득이 없거나 소득 창출의 기회조차 봉쇄되어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현실에서는 비록 소액일지라도 꾸준한 제품 판매나 소규모 그룹 운영을 통해 일정 수준의 후원수당을 받는 판매원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들의 소득 규모가 상위 판매원에 비해 비교적 낮을 수는 있으나 독식이라는 표현으로 이들의 존재와 소득 발생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공정위 통계가 상위 판매원에게 후원수당이 집중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은 맞지만, 이를 ‘독식’으로 표현하며 나머지 판매원들은 아무 소득 기회도 얻지 못한다는 식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통계는 전체 후원수당의 분배 구조를 보여주지만, 모든 참여자의 소득 활동 양상이나 목표, 그리고 실제로 발생하는 소득의 형태를 모두 담아내지는 못한다.
이러한 통계 집계 및 해석의 오류는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착화하고, 잠재적인 참여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위험이 있다. 소비 목적으로 가입한 사람들을 포함한 전체 등록자 수를 기준으로 후원수당 수령률을 계산하면 당연히 매우 낮은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으며, 이는 마치 대다수 참여자가 실패하는 구조인 것처럼 오인될 소지가 크다. 또한 ‘독식’이라는 표현은 소액이라도 꾸준히 소득을 올리는 성실한 판매원들의 노력 가치를 떨어트리고, 다단계판매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
공정위 통계의 본래 목적이 소비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 제고에 있다면, 통계 집계 방식을 개선하여 보다 현실을 정확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업 목적 회원’과 ‘소비 목적 회원’을 구분하여 통계를 제공하거나, 일정 기간 활동 실적이 있는 ‘유효 사업자’를 대상으로 후원수당 분배 현황을 분석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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