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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용어정리 제대로 하자

  • 기사 입력 : 2025-05-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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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판매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숙원 사업 중의 하나가 ‘용어변경’이다. 여기에서 용어변경이라 함은 ‘다단계판매’를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자는 말이다. 이러한 숙원으로 인해 ‘회원제 직접판매’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으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고, 결국 업계 전반의 통일된 용어로는 자리 잡지 못했다.

다단계판매라는 말 자체를 바꾸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방문판매법 상의 각종 용어들도 새롭게 바꾸거나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일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특히 직급을 나타내는 팀장, 부장, 이사, 본부장 등등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방문판매법의 조항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방문판매법은 다단계판매원의 지위를 자영사업자라고 못 박고 있다. 이 말은 회사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회사의 임직원으로 오인할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영업자가 자신을 사장이라고 부르든, 대표라고 부르든, 이사라고 부르든, 실장이라고 부르든 그것은 그 사람의 자유이며 권리가 아닌가? 다단계판매 업체인 A사의 사장이 아니고, 이사가 아니고, 본부장이 아니고 팀장은 아니지만, 자신의 사업체에서는 사장도 될 수 있고, 이사도 될 수 있고, 본부장 팀장도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므로 이들 직급 또는 지위를 나타내는 용어를 금지한 방문판매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없지 않다.

또한 방문판매법 제37조 제1항 제5호는 ‘다단계판매와 관련하여 취업, 부업, 아르바이트 등과 유사한 표현을 사용하여, 소비자가 다단계판매를 단순한 구직 활동으로 인식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다단계판매는 전업으로만 해야 한다는 말로 오인할 수도 있다. 다단계판매에서 가장 실패하기 쉬운 유형이 전업으로 접근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다단계판매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반드시 부업으로 하라고 권유하는 사례가 많다. 어느 정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수입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부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상식적이기도 하며 바람직하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부업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현실과 한참 동떨어져 있으면서, 오히려 사행성과 투기를 부추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위의 두 사례를 포함해서 현실과 맞지 않는 다단계판매와 관련된 용어들을 세심하게 정리해야 할 때가 됐다. 해당 법률이 제정될 당시에는 다단계판매라는 사업에 대한 이해가 심히 부족할 때였고, 전문가라는 사람조차 양성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어느덧 3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오면서 해도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들이 어느 정도 명확해졌으므로 적어도 용어정리는 한 번 해야 할 때가 됐다.

다단계판매가 활성화됐을 때 유관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큰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차근차근 꼽아본다면 정부 차원에서도 분명히 지원해야 마땅한 일이다. 전세버스, 항공, 호텔을 비롯한 여행 산업과 컨벤션 산업은 물론이고 꽃집과 주유소, 미용실, 자동차판매, 서점, 통신, 카페, 식당 등등 1,0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전국을 누비면서 발생하는 경제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법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용어부터 차근차근 바꾸어 나가면서 이 산업을 활성화해야 서민들이 다 함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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