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생법 개정, 희망 속 불법 상업화의 그림자
[기획] 다시 치료와 불법 행위 경계에 선 ‘줄기세포’(上)

올해 2월부터 시행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생법)’ 개정안에 따라, 중대·희귀·난치 질환자에 한해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임상연구 형태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었으나, 개정 이후로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 정식 의료행위로 인정된다.
첨생법 개정은 줄기세포·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업계의 숙원이었다. 지난 2006년 발생한 ‘황우석 사태’로 국내에서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쳤으며, 오히려 각종 규제와 감독만 강화됐다. 첨생법도 우여곡절 끝에 2020년 8월에 겨우 제정됐다. 하지만 중대·희귀·난치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만 첨단재생의료를 적용할 수 있어 국내 바이오 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러다보니 줄기세포,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재생의료 관련 산업도 위축됐다. 대체 치료제가 없는 중대·희귀·난치성 환자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나 유전자 편집 치료 연구는 진행됐지만, 시술이나 유통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연구개발 기업은 실제 임상 적용이나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고 투자유치나 글로벌 진출에도 제약이 따랐다. 하지만, 첨생법 제정으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생기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리스크를 줄이고 R&D 및 사업화를 공식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번에 개정된 첨생법은 기존의 임상연구 중심의 제한된 치료에서 벗어나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실제 치료에 줄기세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는 개발 중인 줄기세포·유전자 치료제를 투여받을 수 있다.
우선 줄기세포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은 인체세포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 처치실 등의 장비, 그리고 전문 인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지정된 의료기관은 치료계획서를 심의위원회에 제출해 심의를 받아야 하며, 승인된 계획에 따라서만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올해 2월 기준으로 보건복지부에 지정된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은 전국 125개에 이른다. 유형별로는 상급종합병원 44개, 종합병원 44개, 병·의원 37개이다.
현재 개정된 첨생법은 난치병이나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 밖에서 이를 악용하는 병·의원들의 무허가 줄기세포 시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 성동경찰서는 첨생법 위반 혐의로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 바이오벤처 기업 소속 직원 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953차례에 걸쳐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은 46억 원 상당의 줄기세포를 제조해 판매했으며, 기증받은 탯줄로 불법 제조한 치료제를 46명에게 4억 6,900만 원 상당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첨생법 제23조(첨단바이오의약품의 제조업허가 등)에 따라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업자가 첨단바이오의약품을 판매하려는 경우 반드시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줄기세포 치료는 아직 연구 단계에 있는 분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환자들은 치료를 받기 전에 해당 의료기관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적절한 승인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치료의 위험성과 기대 효과에 대해 충분히 상담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장품에 줄기세포를 앞세운 허위·과대광고도 여전하다. 지난 3월 식약처는 인터넷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며 의약품과 같은 효능을 내세우는 등 허위·과대광고를 한 사례 144건을 적발해 접속 차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제품들은 ‘줄기세포 재생’, ‘지방세포 증식’, ‘이중턱 리프팅’ 등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효과를 광고하거나 소비자에게 시술과 같은 효능을 제공하는 듯한 문구로 허위·과대광고를 해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했다.
식약처는 “온라인상에서 ‘근육이완’, ‘세포재생’, ‘항염’ 등을 광고하는 화장품 판매게시물 200건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44건(72%)이 ‘화장품법’을 위반한 허위·과대광고임을 확인했다”며 “화장품 구매 시 줄기세포, 보톡스와 같은 의료시술 용어가 포함된 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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