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하는 후원방판, 개정안 시행 직격탄
“우회로 막혔다”…첫 등록시 다단계 규제 적용
방문판매법 시행령 개정안이 6월 4일 본격 시행되면서 후원방문판매(이하 후원방판)를 둘러싼 지형이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은 개별재화의 가격상한선을 기존 16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한편, 다단계판매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후원방판의 ‘옴니트리션 기준’을 보다 엄격히 제한한 것이 골자다.
“후원방판 큰 메리트 없어져”
기존에는 후원방판의 직전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최종소비자 판매비중이 70% 이상(옴니트리션)’인 경우 ▲공제조합 등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후원수당 지급률 제한 ▲개별재화 가격상한 등의 주요 규제가 면제됐다.
이때 영업기간이 1년 미만이면 후원방판업자의 실제 영업기간을 기준으로 하되, 이전에 방문판매 영업을 해 온 경우 방문판매 자료를 이용해 최종소비자 판매비중을 산정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방문판매로 영업한 뒤 후원방판으로 전환하거나 방문판매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옴니트리션 기준을 적용받았다. 그러나 개정 이후부터는 영업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일 경우에만 후원방판 실적을 기준으로 최종소비자 판매비중을 따질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규정을 개정한 이유는 일부 업체들이 이를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관계자는 “개정안 시행 전에는 지자체별로 영업기간 산정 기준이 달라 혼란이 있었는데 ‘6개월 이상’이라고 기준이 명확해졌기 때문에 기존 업체들에는 장점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새롭게 등록하는 업체들에는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후원방판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방문판매 자료를 모아서 옴니트리션 기준을 충족시키는 방식이 가능했지만, 이젠 공제조합 가입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그럴 바에야 자본금 갖춰서 다단계를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과 채무지급보증계약을 맺는 후원방판업체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공제조합의 경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은행 지급보증이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개정안 시행과 더불어 ‘위탁관리인’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후원방판업체 코슈코는 위탁관리인(지사장, 지점장) 지위를 가진 판매원에게 다단계 방식으로 후원수당을 지급했다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6월 10일 코슈코 관계자는 “위탁관리인 제도는 매출 확대 목적이 아니라 위탁관리인이 하는 역할 때문에 도입했던 것”이라며 “지금은 별도의 위탁 없이 직접 판매원들을 훈련시키고 정돈하는 체계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향후 다단계판매로의 전환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위탁관리인’ 관련 논란은 2012년 후원방판 제도 도입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과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대교, 코웨이 등 대형 방문판매업체가 위탁관리인을 두고 3단계 이상의 판매조직을 운영하면서 무등록 다단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새 업종이 생겨난 이후에도 일부 후원방판업체가 위탁관리인과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관리인 산하 판매원의 실적에 따라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사례가 발생하며 다시 쟁점이 됐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엔씨플랫폼, 코웨이, 제이앤코슈, 진바이옴 등이 무등록 다단계영업을 벌이다 공정위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모 업체 임원은 “후원방판 대부분은 위탁관리인을 두고 운영한다. 안 두는 곳은 LG생건, 아모레 같은 대기업 정도”라며 “위탁관리인을 두는 이유는 수당을 더 주기 위한 방편이었으나 정부에서도, 사법부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하지 말라고 하니 후원방판의 큰 메리트가 없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원방판 매출 7년 연속 하락, 신규 진입도 어려워져
후원방판 시장은 2013년 2조 원 규모로 출발해 2016년 3조 3,417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7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며 축소 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전년 대비 27.6% 감소한 2조 496억 원으로 떨어져, 제도 도입 직후 수준으로 역주행했다.
후원방판업계 관계자들은 “상위 업체들이 일제히 매출이 하락한 데다, 법원 판결, 제도 변화 등에 따라 신규업체의 진입장벽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리만코리아, 메타이십일글로벌, 파이진글로벌(현 파이메타), 더클라세움 등은 이미 다단계판매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사업구조를 전면 재편했다. 이번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후원방판의 신규 진입이 줄어들고 다단계판매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리만코리아 관계자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점차 정착되고 있고, 시스템도 하나씩 갖춰져 가는 중이며 사업자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다”며 “실적은 올해 초보다 매월 조금씩 개선되면서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단계판매로 업종 전환을 추진 중인 모 후원방판업체 대표는 “지금은 판매 중심의 구조로는 생존이 어렵고, 조직 구축에 따른 인센티브 구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다만 회원들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상황이라 전환 효과는 시간이 지나야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방문판매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개별개화 가격상한선을 기존 16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높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암웨이는 개정안 시행 첫날인 6월 4일 173만 원 2,000원짜리 공기청정기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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