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 번에 수익…앱테크 열풍 속 퇴보하는 다단계
30년된 낡은 방문판매법이 갈라놓은 격차

출석체크, 만보기, 광고보기 등 애플리케이션(app)으로 돈을 버는 ‘앱테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6월 1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69세 금융소비자 1,074명 중 85.8%가 앱테크 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50대 이용률이 90.8%로 가장 높았고 이어 60대(88.7%), 40대(87.4%), 30대(83.2%), 20대(78.9%) 순으로 조사됐다.
앱테크 이용자들은 평균 3.8개의 앱을 동시에 하고 있었고 6개 이상의 앱을 쓰는 사람도 10%대에 달했다. 앱테크 이용자의 한 달 평균 수익은 약 2만 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에서 집계된 수익은 소액으로 나타났지만, 틱톡 등을 통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만으로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벌어들이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전통적인 부업으로 꼽히는 다단계판매는 2015년 5조 원을 처음 돌파한 이후 약 10년간 박스권에 갇히면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누구나 쉽게 비용 없이 그리고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앱테크와 달리 다단계판매는 후원수당 지급률 제한 등 판매원의 권익을 해치는 제약이 많아 어렵고 낯선 사업으로 인식되면서 점점 후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건’ 판매 중심 벗어나려면 법 바뀌어야
다단계판매업체가 사업자들에게 소액의 후원수당을 더 주기 위해 앱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보상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현행 방문판매법은 명칭이나 지급 형태를 불문하고 모든 경제적 이익을 후원수당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든 저러든 35%를 넘길 수 없어 결국 조삼모사에 불과한 셈이다.
1992년 시행된 방문판매법에 대한 이렇다 할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전히 ‘물건’ 판매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다단계판매가 디지털 상품, 보험, 부동산, 여행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미국, 유럽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규제가 강화되면서 다단계판매 시장의 건전성과 국민 전반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의 문턱 역시 높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다단계판매는 충분히 매력적인 산업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쉽게 시작할 수 있어야 그 매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30년 넘게 이어져 온 낡은 업계의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하고, 이는 법을 개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앱테크처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앱테크와 비교한다면 다단계사업의 접근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주부, 은퇴자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적은 비용으로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다단계판매 초보자 코스’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으로 정치 후원 가능”…거꾸로 가는 다단계
산업 전반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정치 후원금으로 수용하려는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6월 13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경기 안양시 동안구 갑)이 주최한 정책 세미나가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정치 후원금 이제 디지털 자산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정치자금법상 후원금은 금전,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을 의미하므로, 미국과 같이 디지털 자산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다면 비트코인을 통한 정치 후원도 가능하다”는 중앙선관위 관계자의 발언이 나와 이목을 끌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암호화폐를 통한 기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2024년 기준 비영리단체에 기부된 규모는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범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자산을 제도적으로 수용하려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는데도, 다단계판매산업은 여전히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대에 뒤처진 제도 아래서는 젊은 세대의 유입은 물론 기존 사업자들의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시대적 흐름에 맞는 법 개정과 혁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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