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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모든 규제는 공적 이익에 부합해야

  • 기사 입력 : 2025-06-27 00: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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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델라웨어주에서 다단계판매 규제를 강화하자 업계 종사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델라웨어주 하원을 통과한 관련 법안 중 눈길이 가는 것은 청약 철회 기간을 3개월로 늘리는 조항이다. 

이미 청약 철회 3개월이라는 규정을 적용하는 한국의 경우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와는 상관없이 악덕 판매원들의 횡포를 부추겨 기업들을 곤란하게 하는 법률로 전락한 지 오래다. 3개월이 될 때까지 제품을 구매하고 꼬박꼬박 수당을 챙긴 후 반품을 한다면 기업으로서는 판매원의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반품을 받아줄 수밖에 없다. 이미 지급된 수당을 환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때가 많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시일을 정하지 않고 환매해 줘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것은 국내법에도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판매 가능한 상품이라면 원가의 90% 정도에 되사 줘야 한다는 것이다. ‘판매 가능한’이라는 말을 ‘유통 기한이 남은’이라고 해석한다면 기업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뭐든지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미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역사라는 것은 결코 진보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 준 것이다. 더 자유롭고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간의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하게 되는 것이 진보라고 한다면, 사소하나마 규제들이 늘어나는 것은 퇴보라고 정의 내릴만 하다.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근래의 유통 시장이 국경과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더구나 다단계판매의 경우에는 전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델라웨어에서 벌어진 일들은 결코 강 건너 불구경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쁜 것을 더 빨리 배우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들이 그 나라의 욕을 먼저 배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잖아도 납득할 수 없는 조항들로 가득찬 국내 법과 공제 규정 등이 델라웨어의 가장 나쁜 조항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때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한국의 공제조합 시스템을 수입하고 싶어한다는 말이 떠돌았다. 공제조합 입장에서는 자랑스러워 했을지는 몰라도 기업이나 판매원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모골이 송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규제가 정당화되려면 규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공적 이익이 분명해야 한다. 공적 이익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남발되는 규제는 필연적으로 오해를 부르고 반발을 초래하게 된다. 지금 한국의 다단계판매 관련 법과 공제조합의 각종 규정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사정과 연결돼 있다. 

여러 가지 상황들을 종합한다면 델라웨어 하원에서 촉발된 다단계판매에 대한 규제 강화 이슈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정당한 다단계판매 활동에 적응하지 못한 극소수의 인원을 핑계로 건전한 판매원 활동을 제한하고, 기업의 손해를 고착화하는 것은 물론 이 업계에서 활동하는 많은 국민들의 소득 증대를 차단하는 꼴이 되고 만다. 

규제가 규제로서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자유가 자유로서 완벽하게 향유될 수 있어야 한다. 그 어떤 규제든 국민을 불편하게만 해서는 그 누구의 공감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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